“남한 사람들이 북한 정권과 같은 차원에서 탈북자들을 바라봐선 안 됩니다.”
북한이탈주민지원단체 ‘새롭고하나된조국을위한모임’(이하 새조위)의 신미녀(51) 대표는 6일 “샌드위치 신세인 탈북자에 대한 변하지 않는 남한 사람들의 시선이 탈북자 문제 해결의 장애”라며 이같이 말했다.
2003년부터 새조위에서 상근직으로 일하다 2009년 대표를 맡은 신 대표는 무엇보다 탈북자를 포용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통일이 먼 미래의 일이라고 하지만 탈북자 2만명 시대에 접어든 지금 벌써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면 통일 이후 우리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신 대표가 탈북자들의 아픔을 보듬고 이들의 남한 사회 정착 지원에 앞장서는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실향민 2세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함경북도 길주군 출신의 아버지는 신 대표가 어릴 때부터 북한의 집 주소를 비롯해 친지들의 이름을 외우게 했다는 것.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라도 통일이 되면 북한의 가족을 꼭 찾으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신 대표는 전했다.
건강 취업 교육 등 갖가지 문제를 상담해 주는 신 대표는 탈북자 사이에선 ‘맏언니’ ‘큰누나’로 통한다. 신 대표는 “새조위의 전문상담사 교육을 거쳐 현재 국립의료원에서 일하는 탈북자 상담사 2명이 있는데, 1년 반 남짓 지난 지금 직장에 완전히 자리 잡고 자신의 몫을 해내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신 대표는 무엇보다 탈북자에 대한 지원과 교육은 일회성이나 전시행정이 아닌 근본적인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적응교육을 받으러 간 한 탈북자가 제대로 된 교육이나 상담은 받지도 못하고 잔뜩 쌓인 간식만 보고 왔다는 사례도 있어요.”
그가 바라는 대안은 언제든 탈북 선배를 찾아가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탈북자가 남한 사회에 정착하려면 건강문제를 비롯해 언어, 취업, 가족간 결합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요. 탈북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아무래도 선배들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젊은 사람과 여성 탈북자가 늘었다는 신 대표는 “이들은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을 갖고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나 상담 분야를 전공하는 등 목표와 열정을 갖고 생활한다”며 “이들에게 기회를 마련해 주는 국가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통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구성원이 될 겁니다. 탈북자를 돕는 게 곧 통일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이죠.”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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