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8월에 이어 4일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 전파교란을 또 다시 시도한 것은 한반도가 본격적인 사이버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개념적으로 볼 때 한국과 미국이 수천억 원, 수조 원을 들여 온갖 무기를 개발해도 북한이 지상에서 값싼 장비로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이보다 매력적인 비대칭무기는 없을 것"이라고 한 군사전문가는 말했다.
북한은 2000년 전후로 러시아로부터 GPS 재머(jammer)라는 배낭 크기의 이동식 전파방해 장비를 도입해 독자적으로 개량형 장비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일부는 중동지역 등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GPS 재머의 경우 2003년 이라크전에서 첨단유도미사일을 교란시켜 미군의 작전이 일부 차질을 빚기도 했다. 현재 JDAM 정밀유도폭탄 등 상당수 공군의 장비는 기존의 관성항법장치(INS) 외에 GPS를 이용해 정확도를 높이고 있는데, 통상 13m인 JDAM의 표적오차가 GPS 교란이 발생하면 33m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따라서 북한이 GPS 재머를 사용해 전파신호를 교란할 경우 유사시 북한군 진지를 먼저 정밀 타격하는 우리 군의 작전계획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0월 김태영 전 국방장관은 이 같은 북한의 기술을 '새로운 위협'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달 28일부터 한미연합 키 리졸브 연습이 진행 중이고 7일 전방지역인 경기 포천에서는 미국의 신속대응군인 스트라이커 부대의 실사격훈련이 예정돼 있어 북한이 성능시험 겸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GPS 교란 전파를 발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 군은 GPS 전파교란에 대응하는 안티재밍(anti-jamming) 장비인 ALQ-88을 자체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공군 주력전투기인 F-15K, KF-16에 장착하면 GPS 재밍에 방해받지 않고 적진 침투가 가능한 장비다.
군 관계자는 6일 "북한이 GPS 전파를 교란하면 우리도 방해전파를 쏘면 된다"며 "북한의 기술수준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GPS 이상으로 휴대폰이 불통되는 등의 불편은 있지만 군사작전에 지장을 줄 정도의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미군의 경우 이 같은 돌발상황에 대비해 적진을 공격할 때 GPS를 하나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할 뿐 GPS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북한의 GPS 교란기술이 전자기파(EMP)탄 개발로 나아가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점이다. EMP탄은 상공에서 폭발하면서 전자기파를 발산해 지상의 모든 통신 전자 지휘체계를 무력화시키는 무기로, 핵무기 폭발 때보다 강력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미 하원은 북한이 EMP탄으로 미 본토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르면 2013년까지 청와대 국방부 등 주요 지휘시설에 EMP 방호시설을 구축할 계획이지만 EMP 주파수 대역조차 파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위협만 강조하기보다는 북한의 정확한 기술수준을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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