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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신공항을 건설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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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신공항을 건설하려면

입력
2011.03.0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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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지방에 있는 한 문화시설에 들른 적이 있다. 한갓진 산 자락에 있다고 하니 아담하고 소박할 것이라 짐작하고 찾았다가, 그만 입이 떡 벌어졌다. 대도시의 웬만한 건물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웅장한 최신 건물이 산 아래를 내려보며 위압적으로 서 있었다.

기분이 묘했던 것은, 사람을 압도하는 그 건물이 왠지 휑했기 때문이다. 그 시각에 그곳을 찾은 사람은 나 혼자였던 것이다. 날씨가 궂은 평일이어서 그날만 유독 찾는 이가 적을 것이라 생각은 하면서도 매표원이나 관리인들이 즐기고 있을 한가한 시간을 뺏기가 미안해 그냥 돌아섰다. 겉에서 언뜻 본 전시물이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눈을 돌려 보면 이런 시설이 도처에 널려 있다. 명분과 외양은 화려하나 쓰임새나 이용도가 현저히 낮고, 그런 점을 상쇄할 정도로 공공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그 대표 사례가 최근 건설된 공항들이다. 우리나라에는 인천국제공항을 포함해 모두 15개의 공항이 있는데 청주국제공항, 양양국제공항, 무안국제공항, 울진공항 등이 1990년대 후반 이후 건설됐다.

허깨비 좇다 민망한 현실

지역경제 활성화, 관광객 증대, 주민 편익 등의 이유를 달고 추진됐지만, 번지르르한 명분과 달리 이들 공항이 모두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명색이 국제공항이라면서도, 국제선 정기노선이 없거나 1주일에 기껏 왕복 4편이 있을 뿐이다. 수요가 없어 여객수송을 포기하고 비행조종 훈련센터로 용도가 바뀐 곳이 있으며 사정이 가장 낫다는 공항도 연 수십억 원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영국의 BBC 방송은 양양국제공항을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공항의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지은 공항이 이 모양이 된 것은, 치밀한 검토를 거쳐 그 필요성과 타당성을 입증한 뒤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력 정치인 및 선출직 공무원의 자기 과시와 지역 이권 세력의 맞장구, 그것을 알면서도 받아준 중앙 정치권과 중앙 정부 때문이다. 전문가라는 사람들 역시 거기에 맞는 통계수치를 가공해 수학적, 과학적으로 사업의 타당성을 부여했다. 주민들은 그렇게 부풀려진 허깨비를 좇아 환상을 품다가 그것이 꺼지고 나서야 민망한 현실을 깨달았다.

최근 논란이 되는 동남권 신공항은 배후 인구가 1,300만 명에 이르고 산업체도 많으니 이들 공항과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서울과 지역의 균등발전이라는 명분은 항상 유효하다. 그러나 그런 사실이 신공항의 필요성을 완벽하게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공항 건설에는 10조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예산은 한정된 것이어서 시급하고 공익적인 곳에 먼저 집행해야 하므로 동남권 신공항이 바로 그렇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사실 배를 불리고 아픈 데를 치료하며 공부 기회를 제공하고 나라를 지키는 데 쓰일 수 있는 소중한 돈이 아닌가. 따라서 여객 및 화물의 수요 등을 살피고, 공항 개항으로 그 지역이 누리는 유∙무형의 이익과 공항 건설 및 유지 비용을 비교한 뒤 그것을 바탕으로 타당성을 증명해야 한다.

이성적으로 타당성 검증을

현실은 그와 달라 극단적인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갈등의 근본 원인은 주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공항 건설을 대선 공약으로 무리하게 내건 데 있다. 그것이 표를 얻는데 도움을 주었는지 모르지만 심각한 분열을 초래했다는 점은 알아야 한다.

얼마 전 만난 부산 시민은 지금의 열기를 잘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공항이 들어선들, 자신처럼 외국 나갈 일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는 큰 이익이 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처지가 다른 사람의 대답은 또 다르겠지만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토호세력 등의 이해관계 속에서 부풀려지는 이 갈등을 이 사람처럼 자기와 연관해 차분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그것을 막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하지만 그 과정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어야 한다.

박광희 편집위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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