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공원의 신우철(59) 조교사가 한국 경마 사상 처음으로 1,000 승을 달성하는 위업을 이뤘다.
신우철 조교사가 조련한 말 ‘터프원’은 5일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제11 경주(1,900m)에서 부담 중량인 60.5㎏을 짊어지고서도 2위 말과의 격차를 크게 벌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조교사는 한국마사회로부터 면허를 받아 말을 길들이는 전문직종. 경주 출전마의 근육, 심장, 폐 등을 단련시키는 일을 해 축구 전략을 짜는 감독에 비유할 수 있다. 신 조교사가 말과 인연을 맺은 것은 기수였던 아버지 신현태 씨의 영향이었다. 신 조교사는 한국전쟁으로 상태가 좋은 경주마들이 모두 군마로 징발되던 시절인 1952년 서울 신설동의 경마장 숙소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늘 말과 함께 놀았던 신 조교사는 기수가 되기를 원했지만, 한때 부모의 반대로 축구 선수의 길을 택했다. 축구특기생으로 고려대에 입학했던 신 조교사는 다리 부상으로 대학을 자퇴하는 시련을 겪었고 군에 입대해 군마 부대에서 군인들에게 승마를 가르치기도 했지만 제대 후 일반 회사에 취직했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다시 말의 곁으로 이끌었다. 기수에서 은퇴한 뒤 조교사로 일했던 부친이 1978년 경마장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던 것. 신 조교사는 한국마사회의 제의로 기수양성학교에 들어가 교관이 됐고 1983년 조교사로 데뷔해 승수를 쌓아갔다.
1993년 14개의 대상경주 우승타이틀을 획득했고 1999년과 2006년, 2010년에는 다승왕을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조련사로 이름을 날렸다. 신 조교사는 “내가 쌓은 1,000 승은 아버지가 선물해 주신 것”이라며 “후배들을 양성해 동양 최고의 조교사를 배출하는 게 남은 목표”라고 말했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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