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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기간·비용 줄여라" 강행…4대강 사업 안전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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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기간·비용 줄여라" 강행…4대강 사업 안전 표류

입력
2011.03.0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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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공사 후반기를 맞아 무리한 공사로 곳곳에서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경비절감과 공기단축을 위해 강 한복판에 수만 볼트의 고압전선을 깔아 양수기를 돌리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언 땅이 녹아 스펀지처럼 된 모래제방에 유조차를 들여보내다 물에 빠지고, 급기야 가(假)제방이 무너지면서 굴삭기가 강물에 전복돼 운전자가 숨지는 일도 일어났다. 공기를 맞추려고 목숨 걸고 강행한 탓이다.

강 한복판에 고압선 설치

8일 오후 경북 구미시 고아읍 낙동강살리기 29공구 숭선대교 위. 교량 위를 지나던 차량 운전자들이 속도를 줄이더니 차창을 열고 다리 아래 공사현장을 보고 어이없다는 듯 한마디씩 했다. "4대강 공사도 좋지만, 수심이 깊은 강 복판에 고압전기를 넣다니… 안전은 안중에도 없네!" 다리 아래 강 한가운데에는 고압선 전주와 간이 변전실이 빤히 보였다. 변압기에서 수중 모터펌프로 이어진 전력선은 전주 간격이 너무 멀어 축 처져 있었다. 중장비에 걸리면 어떡하나 아찔한 지경이다. 이를 지켜본 이모(48ㆍ경북 구미시 형곡동)씨는 "강 한복판에 고압선 끌어놓고 공사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자칫 전선이 끊기거나 모랫둑에 세운 전주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대형 인명피해와 낙동강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사가 끌어온 고압선은 강바닥을 바둑판처럼 자른 뒤 쌓은 제방 안쪽으로 스며드는 물을 밖으로 퍼내기 위한 양수기 동력원이다. 원래 하천법에는 강바닥에는 전기설비 같은 것을 할 수 없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8일 디젤발전기를 치우고 2만2,900볼트의 고압선을 끌어와 수중모터에 연결했다. K건설 현장소장 L씨는 "기름값이 상승으로 디젤발전기 가동비가 급증해 60%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한전 고압전력을 끌어 왔다"며 "전기안전공사의 점검을 받은 뒤 사용하므로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처럼 강바닥에 고압전기설비를 한 경우 사용승인을 내준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국가 현안사업인 만큼 안전장치를 엄격히 갖춘 뒤 승인했다"며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전측은 이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는 "법도 법이지만, 만일의 사고가 우려돼 시정을 요구해도 들은 척 만 척"이라고 했다. 한전 구미지점 관할 지역에서 발생한 4대강 사업 관련 전기사고는 전선 끊김, 전주 파손, 누전 등 지금까지 14건에 이른다. 한전은 구미시에 고발하려 했지만, 시는 공문접수조차 거부했다고 한전 관계자는 전했다. 결국 한전은 1월부터 매주 2,3차례 건설장비 기사 700여명에게 "차량 고압선 접촉시 신체손상 및 재산상 손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직접 날리고 있다.

해빙기 사고 위험 산재

언 땅이 녹으면서 어느 때보다 사고위험이 높지만, 무리한 공사로 인한 인명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6일 오후 경북 구미시 낙동강 28공구 현장에서 굴삭기 전복으로 윤모(53ㆍ경남 함안군)씨가 숨진 것도 4대강 공사현장에 만연한 안전경시 풍조 때문이라는 게 공사 관계자들의 말이다. 윤씨가 몰던 32톤짜리 초대형 굴삭기는 강 한가운데 가설도로를 운행하다 모래가 무너지면서 물속에 빠졌고, 윤씨는 미처 빠져 나오지 못했다. 얼었던 모랫길이 녹으면서 스펀지처럼 구멍이 생기고, 그곳으로 물이 들어와 지반이 약해지는 파이핑 현상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한 탓이다. 지난 1일 구미시 선산읍 낙동강살리기 공사 현장에서 준설선에 급유하기 위해 2만8,000ℓ의 벙커A유를 싣고 강 한가운데로 들어가던 유조차가 같은 이유로 물에 빠진 지 5일만에 일어난 사고다.

지홍기 영남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구미지역은 강폭이 최소 800m 이상으로 토목공학적으로 가제방을 쌓고 굴삭기로 퍼내는 육상준설보다 준설선을 띄워 하는 수중준설이 바람직하다"며 "아마도 비용절감과 공기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육상준설을 고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육상준설의 경우 가제방이 필수적이지만, 이는 해빙기나 비가 많이 오면 파이핑 현상으로 안전에 큰 위험이 되는 만큼 완벽한 조치를 한 뒤에 공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핑 현상이 심해지자 낙동강 상류지역 건설업체들은 1주일째 준설작업을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말 60㎜ 안팎의 비로 가제방 곳곳이 쓸려가 굴삭기 투입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일감이 없어 놀게 된 덤프트럭 운전사들도 동요하는 등 해빙기 4대강 공사 현장이 어수선하다.

부산국토관리청 관계자는 "파이핑 현상과 겨울비로 가제방 붕괴가 잇따라 공사현장에 잠시 혼란이 빚어지고 있지만, 안전문제를 점검해 다시는 불미스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구미=김용태기자 kr8888@hk.co.kr

대구=김강석기자 kimksu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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