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인천의 대단위 아파트단지 내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우체국 집배원 김모(33)씨는 배달 중 실족사한 게 아니라 타살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김씨가 실족사한 것으로 추정했던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를 토대로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망경위와 용의자 추적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CCTV속 남자 용의자 검거에 총력
인천 남동경찰서는 지난 3일 남동구 한 아파트단지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씨가 둔기로 머리를 여러 차례 맞아 과다출혈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국과수의 부검결과에 따라 용의자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6일 밝혔다. 당초 경찰은 김씨가 2일 오후 23층 규모의 아파트 16층과 17층 사이 계단에서 넘어져 뇌진탕 등으로 약 18시간 방치돼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아파트 폐쇄회로(CC)TV 화면 분석 결과, 김씨가 지난 2일 오후 2시40분께 우편물을 배달하러 이 아파트 현관에 도착하기 직전 한 남자가 아파트에 먼저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9층에 내린 것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배원이 사망한 시각에 아파트에 들어온 키 170㎝ 가량에 흰색 마스크를 하고 파란 점퍼를 입은 신원미상의 남자를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집배원 김씨는 사건 당일인 2일 오후 2시42분과 43분 사이 아파트 12층과 16층에 내렸고, 용의자는 이보다 앞선 오후 2시39분께 아파트에 들어와 45분 가량 머물다 아파트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씨가 오후 3시~3시20분 사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가 인근 아파트 단지의 다른 3개 동에서도 김씨와 비슷한 시점에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에 들어갔다 나오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용의자와 김씨는 같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지만 함께 타거나 내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면식범 또는 우발적 범행 가능성
경찰은 용의자가 숨진 김씨의 동선을 미리 알고 있었고, 김씨의 소지품 등이 그대로 있었던 점 등으로 미뤄 면식범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경찰은 미혼인 김씨가 “평소 술도 잘 먹고 호탕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라 원한이나 금전, 여자관계 등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배달 방문지가 적힌 배달계획표를 확보해 당시 배달 경로를 파악하는 한편, 주변인물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단순 정신병력자 등의 우발적 범행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현장 인근 치안센터에 30여명의 수사전담반을 꾸려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경찰은 김씨가 머리에 큰 상처를 입고 숨져 타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는데도 사건 직후 현장 주변 CCTV 화면을 충분히 살펴보지 않은 채 서둘러 실족사로 추정해 초동 수사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인천=송원영기자 wy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