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호주 멜버른, 독일 베를린 등 각 도시에서 본능적으로 눈길이 갔던 것에서 ‘내가 왜 이런 것에 끌리는가’를 곱씹으며 그림을 그렸다.”
국내 도시와 자연 풍경을 주로 그려 왔던 중견 화가 서용선(59)씨가 이번에는 외국 도시를 그린 작품 42점으로 9일부터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 ‘시선의 정치’를 선보인다. 강렬한 색채와 힘 있는 구조가 한 눈에 그의 작품임을 짐작케 한다.
전시 작품은 작가가 2003년부터 미국 유럽 등 외국의 대도시를 자유롭게 여행하며 관찰한 도시화 과정과 인간의 모습, 삶의 다양한 형태를 그린 것이다.
서씨는 “외국 도시와 서울의 차이, 이방인의 눈에 비쳐진 외국인의 삶과 그 역사를 그리고자 했다”고 창작 배경을 밝혔다. 그의 눈으로 살핀 외국 도시들은 저마다의 색깔이 분명했다. 뉴욕에서는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지하철이 그의 시선을 잡아당겼고, 베를린에서는 분단 역사와 전쟁의 흔적에 끌렸다. 호주에서는 색감을 떠올렸다.
이번 전시에서 지하철 풍경을 그린 작품이 10여점으로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각 도시마다 지하철 풍경은 굉장히 달랐다”며 “서울 지하철은 매끈한 타일을 붙인 목욕탕 같은 느낌이라면 뉴욕은 어둡고 지저분하지만 실용성이나 편리함이 돋보였다”고 했다.
지하철을 탄 인간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어둡거나 무표정했다. 대부분 유색인종이기도 했다. 그는 “엄청난 속도와 공간의 변화를 자랑하는 지하철이라는 현대 도시 공간에서 유색인종의 발음이나 행동 등은 굉장히 불합리한 느낌을 자아냈다”고 설명했다.
그가 외국에서 겪은 경험과 느낌도 작품에 반영됐다. 그는 “독일에서 지하철 일일 이용권을 잃어버려 파출소에 신고를 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경찰관이 ‘잊어버렸을 때 기분이 어땠느냐’는 질문까지 던질 정도로 깐깐하고 엄격했다”며 “당시 강압적이고 억눌린 듯한 느낌을 살려 ‘두 사람’을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구 동ㆍ서독의 경계에 위치한 부란덴부르그문과 장중한 느낌을 살린 베를린교회도 그의 느낌을 자극했던 기념물이다.
20대 중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미술과 동떨어진 삶을 살다 정신적 가치를 위한 일을 하고 싶어 우연찮게 그림을 그리게 됐다”며 “그림을 통해 사회와 인간을 통찰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서울대 미대 교수를 관두고 오히려 활발한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내달 10일까지. (02)739_4937
강지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