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상하이 총영사로 있던 김정기(51) 외교통상부 본부대사는 8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ㆍ33)씨와의 불륜 및 정보유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 대사는 “이 사건에 보이지 않는 공작세력이 개입해 있다”고 음모설을 제기하고, 자신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국내 정보기관 인사를 배후로 지목했다.
그는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총리실 소환조사에서 모두 밝혔다”고 말했다. 유명 영어강사 출신인 김 대사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서울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장을 맡았으며, 이후 2년9개월 동안 상하이 총영사를 지내다 지난 3일 귀국했다.
김 대사가 덩씨 사건에 연루된 부분은 유출된 자료 2건과, 함께 찍은 사진 2장이다. 특히 공개된 ‘MB 선대위 비상연락망’과 ‘서울선대위 조직본부 비상연락망’ 2건은 기밀유출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에 대해 김 대사는 “두 자료는 총영사관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관사 2층 안방의 책상 세번째 서랍에 넣어 둔 수첩 속에 보관 중이었다”며 “누군가 관사에 몰래 침입, 사진 촬영하고 유출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자료에는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이상득 이재오 백성운 의원 등 주요 인사 200여명의 전화번호가 빼곡히 기재돼 있다. 김 대사는 “두 자료는 2006~07년 앞뒤로 작성해 비닐 코팅한 4장이 원본인데, 현직에 남아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 정보로서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만약 덩씨에게 정보를 주려 했다면 새로 작성해 사용 중인 VIP 리스트를 줬을 것”이라며 “여기에는 180명의 전화번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사에 침입한 인사가 촬영한 이 자료를 근거로 해 리스트를 재작성했다”면서 “왜 그랬는지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언급되지 않은 제3세력이 이번 사건에 개입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더구나 원본 자료에는 김윤옥 여사의 전화번호가 없는데, 재작성된 리스트에는 나도 모르는 김 여사 연락처가 기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덩씨와 찍은 사진 2장에 대해 김 대사는 “작년 6월 현지 힐튼호텔에서 열린 이탈리아 영사관 행사에서 우연히 만나 촬영한 것과, 작년 9월 현지 밀레니엄 호텔에서 프랑스 총영사 면담 때 만나 찍은 것”이라며 “공개된 장소에서의 의례적 촬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두 장의 사진에서 김 대사는 덩씨의 어깨를 감싸거나,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어, 사진만 봐서는 친분이 돈독한 사이처럼 보인다.
김 대사는“덩씨를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으나, 영사들이 주로 그와 만났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다만 덩씨에 대해 “당 서기나 시장 등 상하이의 중국 고위층과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다”며 “총영사관이 그를 통해 어려운 현안을 처리했을 정도로 업무에 도움을 주었다”고 덧붙였다.
김 대사는 60일 간 외교부 본부대사로 재직한 뒤 해임될 예정이다.
이태규 기자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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