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일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등 서민물가 대책을 책임지는 주무 장관들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달에는 "구제역 침출수는 재앙"이라고 발언한 이만의 환경부장관의 태도에 대해서도 격노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 대통령은 물가 및 구제역 관련 장관들이 현장을 찾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는 등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판단해 앞으로 개각을 단행할 때 경제팀과 구제역 관련 장관들의 교체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각을 단행할 경우 이미 사의를 표명한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장관도 교체 대상에 포함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물가가 오르면 가장 고통 받는 사람은 서민층"이라며 "국무위원들이 현장 방문을 많이 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오도록 해달라"고 밝혔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발언은 물가 대책 주무 장관들이 현장의 서민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한 대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어 "물가 문제는 기후 변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고 세계 모든 나라가 고통을 받는 문제"라면서도 "그러나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고 안심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작심하고 질책한 것"이라며 "언급이 매우 정제됐지만 이 대통령은 물가 대책 주무장관들의 자세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듣고 격노했다"고 전했다. 최근 경제 관련 장관들이 제대로 뛰지 않고 있다는 진언들이 이 대통령에게 여러 경로를 통해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윤증현 장관이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에 출석, 물가 문제에 관한 답변을 하면서 "짐을 내려놓고 싶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주무 장관으로서 무책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는 물가 대책 주무 장관들이 국민과 언론을 상대로 정부 대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갖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가 소비자물가가 급등한 지난 2월 한 달간 주무 장관들의 홍보 관련 활동 횟수를 조사한 결과 윤 장관의 경우 단 한차례도 방송 인터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이 대통령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장관 교체를 포함한 모든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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