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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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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이상하다

입력
2011.03.06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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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득

외할머니가 고사리와 두릅을

엄마한테 슬며시 건넵니다.

“가서 나물 해 먹어라.

조금이라서 미안타.”

“만날 다리 아프다면서

산에는 뭐하러 가요.

내가 엄마 때문에 못살아요.”

늘 주면서도

외할머니는 미안해하고

늘 받으면서도

엄마는 큰소리칩니다.

● 이상한 줄다리기 한판이네요. 서로 뒤로 당기지 않고 앞으로 줄을 미네요. 못 준다 달라가 아니라, 가져라 못 받는다, 네요. 서로에게 마음줄을 넘겨, 마음 헐거워짐이 팽팽하게 살아 있네요. 이 마음줄 늘어져 하트모양 그릴 것이라고 억측 말은 않을게요.

처음 비행기를 탑니다. 서로 마음줄 양보하며 살아가야 할 상대와 함께. 생각 같아서는 당신 무덤 앞, 복숭아과수원 복사꽃 아래서 식을 올리고 싶지만 이제 저는 내외가 있는 몸이 되어서... 당신이 이것저것 싸 내미는 보따리를 보고 버럭 화 먼저 냈지요.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모든 게 지천이고 인심이 무량 후하다고 허풍을 떨면서요. 그러고 나면 미안해져 챙겨 오던, 들깨 한 봉지의 그 가벼운 무거움. 죽어서도 마음줄을 내게 자꾸 들이미는 당신. 비행기를 타면 당신 있는 곳에 조금은 가까워질는지요.

결국 문학도 종교도 서로를 먼저 헤아리는, 사랑이라는 이상한 줄다리기를 하자는 것 아닐까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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