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통원치료를 다니던 남성이 버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4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3일 오전 7시10분께 충남 태안군 만리포를 출발한 서울행 고속버스의 승객 박모(54)씨가 버스가 서울 남부터미널에 도착한 오전 10시께 버스 좌석에 앉아 숨진 채 발견됐다. 버스에는 승객이 20여명 타고 있었다.
박씨는 4년 전 폐암4기 판정을 받고 자택이 있는 태안에서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매주 한 차례씩 통원치료를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도 박씨는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가던 중이었다"며 "폐암말기로 병이 심각한 상황에서 버스에서 자던 중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씨가 숨진 걸 처음 발견한 버스 운전사 박모(52)씨는 "다른 승객이 모두 내릴 때까지 박씨가 내리지 않아 가봤더니 얼굴이 천장을 향하고 입을 벌린 채 앉아있어 처음에는 자는 줄 알았다"며 "손을 잡았더니 얼음장처럼 차고 몸이 뻣뻣이 굳어 있어서 숨진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운전사 박씨는 통원치료를 다닐 때마다 고속버스를 이용했던 박씨와 안면이 있었는데, 그날 따라 얼굴이 창백하고 기운이 없어 보여 맨 앞줄에 위태롭게 앉아 있던 그를 안아서 둘째 줄로 옮겨 안전띠를 매주고 등받이도 뒤로 뉘여 주었다. 그는 "평소에는 대화를 주고 받던 박씨가 그날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숨진 박씨는 만리포 인근에서 15년간 밭농사를 하며 펜션도 운영해왔다. 운전사 박씨의 제보로 서울 성모병원으로 옮겨진 시신은 3일 오후 유족에게 인계됐다.
박소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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