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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효과 증명된 '女기사 상비군제' 상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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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효과 증명된 '女기사 상비군제' 상설화

입력
2011.03.0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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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11시 한국기원 4층 여자 기사실. 20대 여자 기사 11명이 둘 씩 짝을 지어 바둑판 앞에 마주 앉았다. 한 명은 짝이 맞지 않아 조한승 9단과 한 조를 이뤘다. 초시계까지 놓고 공식 시합을 방불케 하는 매우 진지한 분위기다. 올해 새로 구성된 여자 프로 기사 상비군 훈련 모습이다.

지난 해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1년 동안 운영됐던 여자 상비군 훈련이 올 2월부터 다시 시작됐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단체전과 혼성 페어 등 바둑 부문 전 종목을 싹쓸이한 데는 여자 상비군 훈련이 큰 힘이 됐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바다. 아울러 김윤영이 여자 기성전에서 우승해 사상 최초로 국내 여자 바둑계 트로이카 체제를 깨뜨린 데 이어 문도원이 정관장배서 사상 초유의 7연승을 거두는 쾌거를 달성했고 박지연이 여자 기사로는 처음으로 삼성화재배 본선 16강에 진출하는 등 국내외 기전에서 상비군 훈련에 참가했던 젊은 여자 기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래서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기사회에서 여자 기사들의 지속적인 기량 향상을 위해 여자 상비군을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 피망바둑을 운영하는 네오위즈게임즈 등에서 후원을 받아 새로 상비군을 구성해 지난 달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현재 여자 상비군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이민진(27 ․ 6단)과 김윤영(22 ․ 3단)을 비롯해 김혜민(25 ․ 6단) 박소현(23) 박지연(20) 문도원(20 ․ 이상 2단) 이영주(21) 김미리(20) 김혜림(19) 김나현(20) 최정(15) 등 모두 11명. 이민진과 김혜민이 20대 중반이고 대부분 20대 초반, 국내 최연소 기사인 막내 최정까지 요즘 한창 성적을 내고 있는 여자 바둑계 맹장들이 다 모였다.

당초 상비군 정원을 12명으로 정하고 모집 공고를 냈는데 딱 11명이 지원해 별도의 선발전 없이 희망자 전원을 수용할 수 있었다. 국내 여류 기사는 모두 45명이지만 평소 기전에 꾸준히 출전하는 ‘현역’은 30명 남짓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대학 재학중이거나 방송 출연이나 보급 활동, 가사 등의 이유로 상비군 훈련일정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는 형편인데다 개인적으로 별도의 연구회에 참여하고 있는 기사들도 적지 않아 예상보다 지원자가 적었다.

여자 상비군 훈련은 올 연말까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실시된다. 오전에 각자 한 판씩 자체리그전을 치른 후 오후에는 상비군 전담코치 조한승 9단과 함께 그날 둔 바둑을 복기하며 잘잘못을 되짚어 본다. 육군 현역병으로 복무 중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바람에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아 곧바로 전역해 한국기원에서 잔여기간 동안 공익 요원으로 근무 중인 조한승은 상비군 운영 소식이 전해지자 자청해서 코치를 맡았다.

상비군 훈련 일과는 마치 연구생 시절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매우 빡빡하다. 보통 오전 10시30분에 시작해 오후 5시에 끝나는 걸로 돼 있지만 훈련생들이 둔 바둑을 하나 하나 꼼꼼히 검토하다 보면 제 시간에 끝날 때가 드물다고 한다. 이 밖에 최철한 박영훈 원성진 박정환 등 정상급 기사들을 자주 초청해 지도 대국 및 복기 검토를 받는 특강도 계획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1차 리그에는 ‘무여회’(무서운 여자들의 모임) 회원 8명 전원이 참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열심히 공부해서 바둑계의 무서운 여자가 되자”며 각오로 지난해 3월 결성된 무여회 회원들은 그동안 매일 자발적으로 기원에 나와 공동 연구 활동을 해 왔기 때문에 상비군 구성 소식이 알려지자 ‘마침 잘 됐다’며 전원이 참가 신청을 냈다. 그러다 보니 이영주 김미리 최정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무여회원이어서 상비군 1차리그는 사실상 무여회 리그가 돼 버린 셈이다.

상비군 훈련은 이 달 말까지 1차리그를 끝내고 4월부터 2차 리그에 들어간다. 리그가 끝나면 성적 우수자에 대한 시상을 한 후 새 리그에 들어가기 전에 약간씩 물갈이를 할 계획인데 신입생 선발 방법이 독특하다. 정원 12명을 유지하되 신규 참여 희망자 수에 따라 탈락 예정자 수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새로 상비군에 들어오겠다는 신청자가 3명이라면 기존 멤버 가운데 리그 성적 하위 3명이 이들과 함께 평가전을 치러 상위 3명이 새로 리그에 참여하게 되는 식이다.

상비군의 맏언니이자 무여회장을 맡고 있는 이민진 6단은 “무여회원들은 원래부터 제대로 바둑 공부 한 번 해보자는 취지로 모였기 때문에 상비군 훈련에 전원이 참가한 건 당연하다.”며 “모두 열심히 공부해서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끝까지 훈련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상비군 리그는 현재 개인별로 2~3판 정도가 진행됐는데 이민진 박소현 박지연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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