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목선을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온 북한 주민 중 4명이 귀순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귀순 공작’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 당국이 ‘자유 의사에 따른 결정’이라고 적극 해명하고 나섰지만 북한은 조선적십자회 대변인 담화 등을 통해 ‘귀순 공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4명의 귀순 문제가 남북 간의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3일 북한 조선적십자회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남하 주민 31명중 귀순 의사를 밝힌 4명을 제외한 27명을 송환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조선적십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 주민들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며 귀순공작을 하면서 남조선에 떨어질 것을 강요하는 비열한 행위에 매달린 것은 우리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라고 비난하며 31명 전원 송환을 요구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 출석, “이들(북한 주민)을 상대로 귀순 공작을 했느냐”는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현 장관은 “인원이 31명이어서 제대로 조사하는데 시간이 걸린 것”이라며 “다만 정부가 어떤 인위적인 것을 통해 (이들의 귀순을 유도)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날 “(북한 측의) 귀순 공작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며 “북한 당국자도 아닌데 고기 잡으러 나온 민간인에 대해 귀순 공작을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귀순 공작 논란이 확산되는 것은 다소 길었던 조사 기간과 귀순 의사를 표시한 시점 등에 대한 의혹이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귀순 의사를 발표하기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에도 “현재까지 귀순 의사를 밝힌 주민이 없어 이르면 금주 안에 31명 전원을 판문점을 통해 송환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최근 “정부는 귀순 의사도 없고, 대공 용의점도 발견되지 않은 북한 주민 31명에 대해 서울을 구경시키고, 산업단지 시찰을 시키는 등 ‘귀순 공작’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과잉행동을 벌이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이날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에서 귀순 의사 표시 시점과 관련해 “최종의사를 묻는 상황에서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고 재차 확인하는 과정에서 2명이 추가로 의사를 밝혔다”며 “본인 의사를 존중해 27명만 송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합동신문조사가 길어진 이유에 대해 “사례별로 차이가 있는데 이번엔 사람이 많은 것 등 사정이 있었다”며 “지난해 12월에도 표류해 온 주민을 1개월 뒤 돌려보낸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한 주민에게 서울 구경과 산업단지 시찰을 시켰다는 주장에 대해 “북한 주민 31명을 눈에 띄지 않게 데리고 돌아다니는 일은 쉽지 않다”고 부인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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