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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제천 영화제를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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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제천 영화제를 떠나며

입력
2011.03.0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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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떠나게 되었다. 올해로 제7회를 맞는 영화제는 짧은 기간에 착실하게 성장해 부산 전주 부천과 더불어 국가 지원을 받는 4대 지역 영화제의 하나로 자리 매김을 했다. 2회부터 6회까지 5년 간의 성과가 나쁘지 않아 떠나는 마음도 가볍다. 제천시로부터 멋진 창작시가 곁들여진 공로패를 받았다. 4월1일 제천 시민의 날 행사에서 명예시민증을 수여한다는 연락도 받았다. 제천을 사랑했던 만큼 기쁘고 감사하다.

지난 주, 함께 일했던 영화제 스태프들이 차려준 환송회가 있었다. 영화제를 떠났거나 다른 영화제에서 일하고 있는 40명이 넘는 스태프들이 거의 다 모였다. 감격스런 속내를 내비치지 않으려고 난 연신 술만 마셨다. 사진에 퇴임 축하 메시지를 한 줄씩 적어 즉석 앨범을 만든 감동적인 선물도 받았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함께 했던 소중한 기억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한국 영화가 칸 베니스 베를린 같은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성공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부산국제영화제로 시작된 한국 영화제들의 성공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필두로 전주 부천 등의 영화제를 통해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한국이 알려지지 않았다면, 우리 영화의 해외 진출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60년이 넘은 칸 영화제에 비해 이제 겨우 15년이 된 부산영화제가 35년 역사의 홍콩영화제, 25년 역사의 도쿄영화제를 제치고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우뚝 선 일은 대단한 일이다. 그 후로 전주 부천 제천 등에서 다양한 색깔의 한국 영화제들이 약진하게 된 배경은 역시 맏형 격인 부산영화제의 성공에 따른 것이다.

북유럽에서 열리는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아 갔을 때의 일이다. 그 곳에서 만난 영화인들이 서울은 모르면서 부산과 전주를 기억하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대사관도 없는 나라에서 만난 외국인들이 부산의 남포동과 해운대, 전주의 한옥마을, 소주와 맥주를 함께 섞은 폭탄주의 추억을 신나게 이야기한다. 한국과 한국의 영화가 이렇게 세계 곳곳에 알려지고 있구나 생각이 든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도 그 동안 많은 해외 영화인과 음악인들이 다녀 갔다. 지난 해부터는 자비를 들여 제천을 찾는 해외 영화인들의 수도 부쩍 늘어났다. 전 세계의 음악영화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청풍호수의 아름다움에도 그들은 매료된다. 영화제가 끝나고 해외 게스트들이 떠날 때면 자신들을 보살펴 준 한국의 스태프들과 얼싸안고 이별을 아쉬워하는 모습은 늘 감동적이었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 영화인들의 가슴 속에 한국에 대한 추억들이 쌓여 한국의 영화와 음악을 해외에 진출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걸 짧은 기간 동안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영화제는 일반 극장에서 볼 수 없는 개성과 다양성을 지닌 영화들을 유통시키는 역할을 한다. 상업영화 배급 시스템에 들어 갈 수 없는 양질의 영화들이 영화제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고 대중들과 만난다. 독립 저예산 영화의 감독들이 양질의 관객들과 세계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고 창작 의지를 불태우면서 우리 영화의 토양은 넓어진다. 상업영화 한 편 제작비도 안 되는 적은 예산으로 치러지는 한국의 영화제들이 보이지 않게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영화를 발전시키는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국가의 영화제 지원 예산을 삭감시키는 문제로 영화계가 떠들썩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영화제들이 꿋꿋하고 힘차게 발전하길 바란다.

조성우 영화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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