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해상에서 남하한 북 주민의 부분 송환 문제가 남북관계에 돌발 악재로 떠올랐다. 정부는 사건 발생 27일 만인 그제 북 주민 31명 중 귀순의사를 밝힌 4명을 제외한 27명을 송환하겠다고 북측에 통보했다. 그러나 북측은 회유 등의 귀순공작에 의한 부당한 억류라며 전원 송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어제 판문점을 통해 송환하려던 27명의 인수도 응하지 않고 있다.
우발적으로 남하한 북 주민을 자유의사에 따라 일부만 송환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최근만 해도 지난해 9월 울릉도 해상에서 남하한 4명 중 3명, 2005년 9월 연평도 해상에서 남하한 2명 중 1명이 자유의사에 따라 일부만 송환했다. 당시 북측은 전원 송환을 요구하면서도 일부 송환을 수용했다. 그러나 이번은 사정이 좀 다르다. 합동신문조의 조사 초기에 단순표류임이 분명하게 밝혀졌고 31명 전원이 귀환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가 관계당국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런데 한 달 가까이 지나 4명이 귀순의사를 밝혔다고 하니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서울 도심 관광 등 회유공작 의혹이 민주당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조사기간이 전례에 비해 훨씬 길었던 배경도 석연치 않다. 과거에는 1주일 전후로 귀순과 송환 여부가 가려졌다. 이번엔 인원이 훨씬 많은 탓이라고 하나 지난해 동해상에서 북측에 나포됐던 대승호 선원이 30일 만에 송환된 점을 감안한 조치일 가능성도 크다. 그렇다면 치졸한 상호주의다. 늘 북한주민의 인권과 인도주의를 외치면서 애타게 귀환을 기다릴 북측 가족들의 심정은 모른 체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향후 우리 어선이 북측에 나포됐을 경우 조기 전원 송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진상이 무엇이든 일단 귀순 의사를 밝힌 북 주민 4명을 송환하라는 북측 요구에 응하기는 어렵다. 그들이 돌아가면 가혹한 핍박을 당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일로 남북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수습을 매끄럽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 일각에서 냉전적 사고에 젖어 남북 대결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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