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58)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는 4일 안원구(51ㆍ수감 중) 전 국세청 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안씨는 “지난 대선 때 문제가 됐던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기재된 전표를 발견했다. 이로 인해 한 전 청장에 의해 한직으로 밀려났고 사퇴를 종용받았다”고 주장하는 등 한 전 청장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폭로했던 인물이다. 안씨가 제기한 한 전 청장 관련 의혹들 가운데 일부라도 사실로 확인될 경우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여,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이번 사건이 ‘한상률 게이트’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이날 오후 2시 서울구치소에 복역 중인 안씨를 불러 한 전 청장이 국세청 차장 시절 전군표 당시 청장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상납한 것으로 알려진 그림 ‘학동마을’의 입수 경위를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의 측근인 국세청 직원 장모씨로부터 “한 전 청장의 심부름으로 서미갤러리에서 ‘학동마을’을 500만원에 구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안씨는 “‘학동마을’은 다른 갤러리의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받은 그림 5점 가운데 하나”라는 엇갈린 주장을 해왔다.
검찰은 전날 한 전 청장의 자택에서 압수한 그림 7~8점의 유통 경로를 분석해 어느쪽 말이 사실인지를 따져볼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누구 말이 맞는지 섣불리 결론 내릴 수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안씨는 전 전 청장의 부인이 2008년 10월 ‘학동마을’의 판매를 의뢰한 가인갤러리 대표 홍혜경씨의 남편이다.
검찰은 또 안씨를 상대로 ▦한 전 청장이 현 정권 실세에게 청장직 유임 로비를 했는지 ▦‘도곡동 땅’ 문건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박연차 게이트’의 단초가 된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 의혹이 사실인지 등도 캐물었다. 안씨는 자신의 기존 주장이 모두 맞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씨는 2009년 11월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자 “대선 직후 한 전 청장이 ‘정권 실세에게 10억원을 전달해야 하니 3억원을 가져오면 차장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한 전 청장이 태광실업 베트남 현지법인 계좌추적을 부탁했다”는 등의 폭로를 해 이번 사건 핵심 참고인으로 떠올랐다. 부인이 운영하는 갤러리를 통한 그림 강매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안씨는 이 부분은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별개 혐의였던 제3자 뇌물 수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검찰은 이번 주말 또는 다음주 초 한 전 청장으로부터 ‘학동마을’을 받은 전군표 전 청장 부부 등에 대한 조사를 거쳐 한 전 청장을 피의자로 재소환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청장 자택 압수수색이 뒤늦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압수수색 시점은 혐의사실이나 입증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며, 수사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물품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 전 청장은 전날 오전 심신 피로 등을 이유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VIP병동에 입원해 종합건강검진을 받은 뒤 이날 오후 2시30분쯤 퇴원했다. 검진 결과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증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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