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동계올림픽 유치후보 국가 정상들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실사단을 직접 영접하는 등 스포츠 외교전이 국력 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개최지를 선정하는 IOC총회에 정상들이 참석해 표밭다지기에 나선 적은 몇 차례 있었지만 IOC 실사단계에서부터 팔을 걷어 부친 것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 이어 독일 메르켈 총리도 4일(한국시간)베를린에서 뮌헨 현지로 내려와 IOC실사단을 위해 환영만찬을 주재했다. 이처럼 정상들이 스포츠 외교전에 직접 뛰어든 이유는 국가이미지 향상에 스포츠 마케팅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매머드급 스포츠대회 유치에 정상들이 참석하는 장면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올림픽 유치경쟁에 국가원수들이 본격 뛰어든 것은 2005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IOC총회부터다. 당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2012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친 것. 외신들은 런던이 최종 개최지로 선정되자 "블레어가 시라크를 누르고 승리했다"고 타전했다.
2007년 과테말라에서 열린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투표 때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알프레드 구젠바워 오스트리아 총리가 맞붙어 푸틴이 최종 승자에 올랐다. 푸틴은 영어와 불어까지 구사하는 프리젠테이션을 펼쳐 IOC 위원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된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IOC 총회에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이 총출동했다. 오바마는 투표 당일에서야 미국에서 직접 날아와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지만, 수 일전부터 IOC총회 현장을 지킨 룰라에게 개최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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