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처럼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원하는 게 뭔지 느낌으로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연세대 원주캠퍼스 경영학부 조교수로 임용된 최성원(37) 교수는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그러나 "다른 교수들처럼 학교와 학과에 도움이 되는 존경 받는 교수가 되고 싶다"고 4일 말했다.
연세대가 시각장애 교수를 임용한 것은 고(故) 이익섭 사회복지학과 교수에 이어 두 번째. 그는 이번 학기에 학부생들에게 조직행동론과 조직개발론을 강의할 예정이다. 이 대학 경영학과 93학번인 최 교수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력을 잃기 시작했다. 그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방법을 알 수 없는 병"이라고 했다.
앞이 안 보이는 그에게 가장 힘든 것은 공부였다. 친구들과 같은 책으로는 공부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녹음도서와 컴퓨터 파일을 끼고 살아야 했다. 그는 "그 때도 지금도 e-텍스트로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데 저작권 문제 등을 이유로 출판사에서 주문한 책을 보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 놓았다.
"장애를 항상 의식하지만, 장애 때문에 특별히 좌절한 적은 없다"는 최 교수는 대학 졸업 후 연세대 대학원과 텍사스 A&M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지난해 5월에는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윤방섭 연세대 원주캠퍼스 교무처장은 "신임교원 공개채용에서 가장 우수한 실력으로 임용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강의를 준비하면서 복잡한 표를 조교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하는 것 말고는 주위에 별다른 도움도 받지 않고 있다. 학교측으로부터 복도에서 가장 가까운 연구실을 배정받은 것뿐이다. 그는 "3년 후에 있을 엄격한 재임용 심사, 업적 심사를 통과하는 게 일차 목표"라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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