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지 않아요. 사람들과 더 많이 인사도 하고요.”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어 6년여 동안 거의 집밖으로 나올 수 없었던 네팔의 한 산골 소녀가 국내 봉사단체의 도움으로 웃음을 되찾았다. 이 단체의 주선으로 국내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데 이어, 이 단체가 소녀의 고향에 세워준 도서관에 사서로 취직한 것.
네팔 카트만두 북쪽 누와꼬뜨주의 콜로니 마을에 사는 럭시미 따망(18)양은 4일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내 삶의 많은 것이 변했다. 이제는 꿈과 희망을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 동생 세 명과 오순도순 살던 럭시미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2003년. 어머니와 함께 냇가 빨래터에 나갔다가 물 위로 전선이 떨어지며 감전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어머니는 두 다리를 잃었고, 럭시미도 한쪽 다리를 잃은 채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럭시미는 제대로 수술을 받지 못해 이마의 뼈가 훤히 드러날 정도였다. 이 충격으로 그는 실의에 빠져 집에서만 지내다시피 했다.
그러다 럭시미는 2009년 네팔로 의료봉사를 온 박성근 대구 요셉성형외과 원장과 아름다운가게 회원들을 만나게 됐다.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만남이었다. 럭시미는 박 원장의 주선으로 그 해말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에서 성형 수술을 받았고, 아름다운가게는 그를 위해 1,000만원을 모금했다.
산골 콜로니 마을에 도서관이 생긴 것도 이런 인연 때문이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마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럭시미의 요청으로 아름다운가게는 남은 기금 700여 만원으로 이 곳에 도서관을 지었다. 이 도서관에는 현재 네팔어와 영어로 된 어린이 동화, 학습교재, 역사ㆍ과학 도서 등 3,000여권이 있다. 아름다운가게 관계자는 “책 자체가 귀한 곳이라 도서관이 마을 아이들이 호기심을 채우고 책과 친근해지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럭시미가 자신에게 주어진 도움의 손길을 마을에 다시 나눠주면서 마을 주민 모두에게 꿈과 희망이 생긴 것이다.
럭시미는 최근 도서관 사서로 취직을 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매일 4시간씩 일하며 월급도 받고 있다. 비록 많지는 않지만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해야 하는 그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럭시미는 “도서관에 나와 책을 정리하고 마을 사람들이 책을 고르고 빌려갈 수 있게 돕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고등학교 졸업 시험도 통과했다”고 자랑도 했다.
그는 3개월 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들이 이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한국어강좌도 듣고 있다. “아직은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럭시미입니다’ 정도만 할 수 있지만 더 열심히 배워서 제게 도움을 준 분들에게 꼭 편지를 써 보고 싶어요.”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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