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개최한 중등학교 학사관리 토론회에서는 고교생들의 성취기준 도달 정도를 중심으로 학생부 기록 방법을 개선하는 안이 나왔다. 쉽게 말하면 학업 성적을 집단 내 등수가 아니라 학업성취 기준에 도달 한 정도를 중심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현재 고교 학업성적은 지필 평가와 수행 평가의 점수를 합산하여 산출한다. 지필 평가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필기시험으로, 수행 평가는 평가자가 학생들의 학습과제 수행 과정 및 결과를 판단하는 것이다. 지필 평가의 명칭과 반영 비율, 그리고 수행 평가의 영역과 반영 비율 등은 각 학교가 정한다.
과목별 기준 따라 절대평가
과목별 성적은 지필 평가와 수행 평가 점수를 합산하고 원점수, 과목 평균, 과목 표준편차, 석차, 석차 등급을 산출한다. 등급은 1등급(집단의 4%이하)부터 9등급(집단의 96%~100%)까지 내도록 되어 있다. 동점자를 최소화하고 집단 내 서열 혹은 등급을 산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새로 제안된 성취기준 도달 중심의 평가는 등급이 아니라 교과목별 성취기준 도달 정도를 중시하며, 그래서 명칭을 ‘성취 평가’라 한다. 종전의 등급 중심 평가가 상대평가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성취 평가 방식은 절대평가적 성격을 띠고 있다. 본래 성적관리 제도는 성적의 평가와 관리를 객관적이고 타당하고 공정하며 투명하게 하여 신뢰도를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에 제안된 안은 그 기본 원리와 부합된다.
고교 교육은 보편화한 교육이므로 엄격한 상대평가는 대학에서 하고, 고교교육은 목표 달성도에 대한 절대평가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래야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고등교육을 받을 준비를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종전의 등급 중심 평가제도에서는 오로지 등수를 올려야 하므로 이것이 매우 어려웠다. 성취 평가를 해야 소위 비인기 교과도 활성화 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이 고교 성적평가의 바람직한 방향이기는 하지만 그 취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할 일이 많다. 우선 보도자료 자체가 걱정하고 있는 것처럼 ‘성적 부풀리기’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방안에 따르면 석차,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 등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그대로 기재하도록 제안하였다. 성적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루어졌는가를 알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교과목별 재이수제도 적절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성취 기준을 중심으로 하는 평가는 일정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은 재이수를 하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므로 이는 당연한 조치이다. 등수 중심의 평가에 있어서는 재이수제가 부각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등수가 낮다는 것이 반드시 일정한 성취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며, 학생들의 성적이 대부분 상위인 학교나 집단에서는 가장 하위 등급을 받았다 하더라도 성취기준을 달성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교육 계열별로 평가방법을 개발하는 일도 필요하다. 모든 계열에 공통적인 평가기준도 중요하지만 계열별로 독특한 평가기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성취기준 개발에 대학 협조를
방안은 금년도부터 성취 평가를 단계적으로 도입하여 2014년도에는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제안했다. 교과목별 재이수제는 내년과 후년에 일부 과목에 시범적으로 적용한 후 2014년에 전면 실시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 일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집중적으로 교육계열별 성취기준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끝으로, 대학 입학생 선발제도의 개선이다. 각 대학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선발기준을 개편하여, 등수 중심으로부터 학생들의 성취도 측정 중심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교 교육의 성취기준 개발에 대학들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협조하여야 할 것이다.
박재윤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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