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트 라인/라구람 라잔 지음·김민주 등 옮김/에코리브르 발행·496쪽·2만3,000원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한 지도 2년이 지났다. 위기를 직감하고 끝없이 경고음을 보냈던 일군의 경제학자는 스타로 부상했고, 낙관론으로 일관했던 학자들은 공적이 됐다. 라구람 라잔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석좌교수도 금융 위기를 거치며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경제학자다. <폴트 라인> 은 대위기를 예감했던 라잔이 금융 위기의 요인과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
폴트 라인(Fault Line)은 지진이 발생하는 지각판의 접촉면을 뜻하는 지질학 전문 용어. 라잔은 지구 경제가 지각판처럼 여러 요소들로 구성돼 있고, 이 요소들이 서로 충돌해 폴트 라인을 형성하는데 여기서 경제 위기가 발생한다고 비유한다. 그는 여러 폴트 라인 중에서도 심각한 것은 경제 분야가 아닌 정치 분야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글로벌 금융 위기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계층 간 소득불균형 심화라고 말한다. 소득불균형을 미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해소하려는 데서 위기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라잔에 따르면 미국의 빈부 간 소득격차 확대와 사회적 불평등 심화는 정치권의 오랜 골칫거리다. 1975~2005년 소득 상위 10％에 속한 소득자의 평균 임금증가율은 하위 10％ 소득자의 평균 임금증가율보다 65％가량 더 높았다. 라잔은 정치권이 소득격차 완화를 위해 내놓은 것이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 확대 정책이었다고 주장한다. 대출 확대 정책으로 주택 구입 바람이 불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했고 주택 가격의 거품이 일시에 꺼져 결국 금융 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라잔은 금융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선 결국 미국의 사회 안전망 확충과 함께 경제 구조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