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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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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입력
2011.03.04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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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모이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남자들의 궁금증이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여자들도 궁금했다. 남자가 모이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남자들의 이야기, 그 정답은 동창회에 나가 보면 있다. 동창 모임의 주제는 나이 따라 변한다. 20대 우리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뜨거운 청춘들에게 사랑이 최고의 목적어였다. 동창회가 사랑의 피에 굶주린 뱀파이어들의 모임 같았다. 30대 우리의 주제는 아파트의 평수, 자동차의 배기량이었다. 우리들의 평균보다 넒은 아파트로 이사한 친구에겐 부러움을 가장한 시샘의 박수를, 새 차를 타고 온 친구에겐 끝까지 한턱을 강요했다. 친구의 이름 대신 아파트 평수가 먼저 떠올랐던 시대였다. 40대 우리의 주제는 명예퇴직이었다. IMF가 휩쓸고 간 폐허에서 죽느냐 사는가가 문제였다. 많은 친구들이 이직을 하거나 전직을 했다. 20대의 열정도, 30대의 우쭐거림도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처음으로 조용히 술을 마시고 조용히 취해서 조용히 헤어졌다. 50대 우리의 주제는 건강이다. 비수처럼 날아드는 친구들의 부고에 놀라며 등산을 하는 친구들이 늘어났다. 모임에서는 모든 주제의 결론은 건강이 최고라는 것이다. 건강식품 건강약품을 꼭꼭 챙겨 먹는다. 오랜 만에 화창한 토요일이다. 한국의 50대여. 눕지 말고 앉으시길. 앉지 말고 일어나시길. 일어나서 걸어보시길!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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