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정당방위 인정 때 적용
2일 오후 서울 중부경찰서 형사계. 폭력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백모(40ㆍ회사원)씨는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이날 중구 신당동의 한 식당에서 점심식사 도중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며 주먹질을 하는 김모(32ㆍ무직)씨를 피하면서 머리채를 잡았던 백씨 자신도 마찬가지로 입건됐기 때문이다. 백씨는 정당방위라고 생각했지만 경찰은 두 사람에게 모두 폭력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앞으로 유사한 폭력사건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될 경우 입건 처리되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폭력사건에 대한 쌍방입건 관행 개선안'을 7일부터 시행한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당방위 적용 대상은 싸움을 말리기 위해 가해자를 밀치거나 팔을 꺾는 행위, 폭행 당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가해자를 밀치는 행위 등이다. 정당방위가 인정되면 입건되지 않아 민형사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경찰은 또한 '누구든지 지침에 명백하게 위반되지 아니한 수준에서 정당방위 처리는 수사과오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개선안에 명기해 일선 경찰관의 부담감을 덜도록 했다.
다만 양쪽의 진술이 엇갈려 정당방위 입증이 어렵거나 폭행을 당하던 중 밀치거나 때렸는데 상대방이 사망하는 등 법원 판단이 필요한 경우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행 초기에는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제한적으로 적용한 뒤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이 서울 A경찰서를 표본조사한 결과 쌍방폭행으로 입건되는 건수는 한 달 평균 30여건. 경찰청은 이 가운데 정당방위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은 3분의 1인 10여건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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