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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정치개입] "정책 마음에 안든다" 항의 넘어 협박성 메시지까지 예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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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정치개입] "정책 마음에 안든다" 항의 넘어 협박성 메시지까지 예사로

입력
2011.03.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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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쿠크법 추진에 "낙선운동·대통령 하야" 압박정치권 "위헌적 발언"…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

이슬람채권법을 둘러싼 기독교계의 강력한 반대 주장은 정교(政敎)갈등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나아가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사회적 논란까지 촉발시켰다.

이슬람채권법은 이자 대신 투자 수익을 임대료나 배당금 형태로 받는 이슬람채권(수쿠크)의 독특한 운영 방식을 고려해 이슬람채권의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를 감면해주는 법이다. 정부는 중동 자금 유치를 위해 이 법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기독교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여당은 사실상 이 법안 처리를 포기한 상태다.

최근의 몇 가지 장면을 보면 이 법안에 대한 기독교계의 반발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등 기독교계 인사는 2월17일 안상수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를 만나 수쿠크법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교계 인사들은 "수쿠크법에 찬성하면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취지의 말도 하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이슬람채권법이 통과될 경우 이명박 대통령 하야 운동을 펼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2월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기독인 조찬기도회에 참석한 한 목사는 "이슬람채권법이 통과되면 나라가 망한다. 의원들이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국회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들에겐 항의ㆍ협박성 메시지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한나라당 기재위 소속 한 의원은 3일 "낙선운동을 하겠다는 등의 문자메시지가 수없이 왔고, 지금도 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계는 이슬람 자금이 유입되면 수익의 일부가 테러 자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논리로 수쿠크법에 반대하고 있다. 이슬람 포교화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한나라당 지도부는 지난달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수쿠크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교계의 반발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국회 기재위가 4일 수쿠크법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했지만 처리 전망은 불투명하다.

상황이 이렇자 정치권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조 목사의 언급에 대해 "대통령을 협박하는 언동으로 정교분리에 반하는 위헌적인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정의화 국회부의장도 2일 "낙선운동을 운운하고, 대통령 퇴진 운동까지 벌이겠다는 것은 정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재위원인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3일 "오일 달러를 유치하기 위해선 이슬람채권에 대해 다른 외화표시 채권과 같은 조건을 부여해야 한다"며 수쿠크법 통과를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장로교총연합회는 이날 "기독교인도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권리가 있으며, 수쿠크법안은 종교 이전에 경제 문제"라면서 이회창 대표의 비판을 반박하며 공개토론도 제안했다. 이 문제를 둘러싼 정교갈등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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