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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아웃도어 - 캠핑 장비, 가볍게 단출하게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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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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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camper)가 되겠노라, 어렵사리 작심하고 나서는 사람 가운데에도 장비 구입단계에서부터 주춤거리다 좌절하는 이들이 있다. 갖춰야 할 장비 가짓수 앞에서 먼저 벙벙해지고 개개의 아이템마다 성능과 무게 가격 역시 천차만별이어서, 길을 나서기도 전에 길을 잃는 것이다. 심지어 아웃도어 라이프에 꽤 익숙해진 이들 중에도 사도사도 끝이 없는 장비와의-실은 욕망과의- 줄다리기로 춤의 장단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 역전(歷傳)의 캠퍼들은 한결같이 묻는다. "캠퍼로서 궁극적으로 누리려던(는) 게 뭔가?"

선뜻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동기와 지향은 제각기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캠핑은 소박한 의미에서의 일상 탈출이다. 잠시나마 문명의 편리를 등지고, 세상의 지배질서 바깥으로 탈주하려는 것이고, 문명의 질서 너머에서 자연의 질서를 느끼며 거기서 허락된 자유의 기운을 만끽하려는 것이다. 값 비싼 텐트에 아파트 부엌 못잖은 화려한 취사도구로 의기양양하는 캠핑족 사이에서 장비의 허술함으로 기죽을까 봐 머뭇거려진다면 용기를 내자. 불편함 속에서 더 진한 캠핑의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의식주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는 갖춰야 한다. 비박(bivouac)을 하려는 게 아니라면 텐트는 있어야 하고, 랜턴과 침낭도 장만해야 한다. 버너 코펠 등 필수 취사장비도 지녀야 한다.

그거면 된다. 그렇게 한두 번 다니면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추가하는 재미 역시 캠퍼되기의 커다란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1.자신의 캠핑 스타일을 찾자.

자동차캠핑을 선호하는지, 백패킹을 주로 할 것 같은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장비든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가 무게다. 자동차캠핑을 주로 가면서 가볍고 값비싼 티타늄 소재의 장비로 일습을 갖추는 것은 어리석은 낭비이거나, 유치한 과시일 뿐이다. 대부분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닐 거면 고가의 전문산악용 배낭이나 대형할인마트 쇼핑 봉지나 다르지 않다.

2.겨울 캠퍼로 나설 것인지, 갈봄여름만 즐길 것인지 선택하자.

초보 캠퍼라면 겨울 캠핑은 말리고 싶다. 장소에 따라 위험 요소도 상대적으로 크지만, 무엇보다 장비 구입 비용 및 부피가 훨씬 더 들기 때문이다. 가령 침낭의 경우 겨울용은 대개 오리털이나 거위털 등 다운(down)으로 충전된 걸 주로 쓰는데, 1500g 정도의 극지 전문가용 침낭을 사려면 100만원 정도는 쓸 각오를 해야 하지만, 겨울을 포기한다면 10만원 안팎의 비용으로도 훌륭한 침낭을 장만할 수 있다.

3.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중고용품도 눈여겨보자.

캠핑문화가 확산되면서 관련 용품의 중고시장도 꽤 알차졌다. 초심(初心)을 잃지 말자고 누구나다짐하지만 캠퍼로 해를 보내다 보면 장비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심지어 새로운 장비를 야외에서 써보려는 기대감에 캠핑을 떠난다는 이들도 있다. 충분히 훌륭한 장비들도 그 과정에서 값싸게 중고 시장에 나온다. 온라인 중고장터나 캠핑관련 인터넷 카페 등지로 발품을 팔아 뭔가를 건지는 재미도 쏠쏠하다.

초보 캠퍼들이 즐겨찾는 사이트 가운데 한 곳인 네이버 캠핑퍼스트의 '초캠(초보캠퍼)길라잡이'에 누군가 이런 글을 올렸다. "누가 어떤 텐트를 쓰건, 누가 어떤 테이블을 쓰건, 내게는 중요치 않습니다. …여러분이 부러워하는 수백만원짜리 텐트보다 더 아름다운 자연과 동료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족애가 펼쳐져 있습니다."

그 글 아래에 또 누군가 이런 덧글을 달았다. "어릴적 비닐 주워서 나무 꽂아 집 짓고, 양은냄비에 나무 때서 라면 끓여먹고, 피라미 따라다니며 나무로 때려 고기 잡기도 하고 그런 추억을 생각하며 캠핑을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장비에 눈이 가고… 지금도 지름신과 싸우고 있네요."

● 캠핑 필수용품 고르는 요령

•텐트

성인이 반듯이 눕는다는 전제로 수용 가능한 최대 인원으로 'O인용'을 표기하기 때문에 실측 사이즈를 보고 조금 여유 있는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혼자 쓰겠다면 2인용을, 2인용이 필요하다면 3~4인용을 구입해야 덜 불편하다. 설치 및 철거가 간편해야 하고, 내수압 정도 등 기능도 중요하다. 장비 가운데 가장 고가의 아이템인 만큼 사용후기 등을 꼼꼼히 읽어본 뒤 결정해야 한다.

부수 장비로 캠핑매트와 타프가 있다. 캠핑매트는 땅의 냉기를 차단하고 몸이 배기는 불편을 덜어준다. 2인용 기준 2만원 내외면 쓸만하고, 바람을 넣고 뺄 수 있는 에어매트는 조금 더 비싸다. 타프는 햇빛과 비를 가려주는 그늘막으로, 집으로 치면 테라스를 만들어주는 용품이다. 타프는 사각형과 육각형이 있는데, 사각형은 그늘면적이 넓고, 육각형은 바람에 강하다. 텐트의 크기 및 색상, 용도에 맞춰 구입하는 게 좋다.

•침낭

침낭은 크게 사각형과 머미형으로 나뉜다. 사각형은 내부가 넓어 몸놀림이 편하고 지퍼를 열고 닫음으로써 온도조절을 할 수 있다. 사각형 모델 중에는 2개를 합쳐 3인용으로 쓸 수 있는 것도 있다. 머미형은 수납성이 좋고 전신을 감싸줘 보온력이 높다. 겨울을 포기한다면 기능성 화학섬유 제품을 구입해도 무방한데, 두 개를 겹쳐 쓰면 웬만한 추위는 넉넉하게 견딘다. 저렴한 핫팩을 여러 개 구입해서 두 발바닥- 양말을 겹쳐 신고 그 사이에 핫팩을 넣는다-과 심장 주위 등에 붙이고 자면 그 온기가 꽤 위력적이라고 캠핑 마니아들은 귀띔했다.

•코펠/ 버너/ 랜턴

양은냄비도 되고, 침낭이 없다면 얇은 담요를 싸 짊어지고 가더라도 안 될 건 없다. 쓰다가 불편하면 코펠도 준비하자. 코펠은 수납이 용이하고 부피도 적어 휴대성이 좋다. 역시 소재에 따라 비싼 건 비싸지만 10만원 대 내외면 꽤 쓸만한 4인 식기 및 조리용기를 장만할 수 있다. 버너는 크게 휘발유버너와 가스버너로 나뉜다. 휘발유버너는 화력이 좋고 기압 날씨 등에 자유롭다. 하지만 휴대성과 사용법이 상대적으로 번거롭다. 극지를 다닐 게 아니라면 가스버너를 권한다. 가볍고, 연로를 구하기도 쉽다. 헤드랜턴은 구성원 숫자만큼 구입하는 게 좋다. 걸이형 랜턴은 초보자라면 펌프질을 해서 쓰는 휘발유 랜턴보다는 가스랜턴이나 건전지 랜턴을 권한다. 휴대용 랜턴 중에는 탈부착 방식을 적용해 한 개의 랜턴이 4개로 분리되는 것도 있다.

•테이블/의자

테이블과 의자는 캠핑의 필수아이템은 아니다. 하지만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구비하면 캠핑의 질이 확 달라질 수 있는 강력 추천 아이템이자, 돗자리 펴고 놀던 좌식 캠핑문화가 입식 문화로 바뀌는 데 분기점이 된 품목이기도 하다. 테이블은 가족 수에 맞춰 적당한 크기를 고르고 보관 및 휴대 편의성과 공간 활용도를 따져봐야 한다. 대부분 자동차 트렁크에 수납할 수 있는 크기로 시중에 나와있지만, 각자의 차종 및 휴대할 캠핑 장비의 부피를 감안해 신중히 구입하자. 의자는 흔히 'BBQ의자'로 불리는 등받이 없는 간이의자서부터 탈착식 차양에 등받이 기울기까지 조절되는 릴렉스형 체어까지 다양하다. BBQ의자는 가볍고 부피도 적어 불을 지필 때 등 잠깐씩 앉기에는 좋지만 아무래도 장시간 사용하기에는 불편하다. 접이식체어는 무게와 견고성 등을 따져보고 직접 앉아보고 구입하자. 의자 테이블 일체형은 휴대 및 이동성, 견고성이 떨어지니 재고하자.

•화로대/ 그릴

캠핑의 밤을 위해서는 화로대도 고려할 만하다. 아무 데나 돌덩이 두르고 모닥불 지필 수야 있지만 주위의 눈총을 살 수도 있고, 아예 금하는 캠핑장도 많다. 화로대를 '캠핑의 꽃'이라 부르는 마니아들도 많다. 화로대는 불을 지펴 몸을 데우는 용도 외에도 그릴 브리지 등 몇 가지 부수 장비를 갖추면 바비큐 요리도 할 수 있고, 더치오븐을 걸어 밥, 찌개, 국, 훈제요리 등에 활용할 수도 있다. 서양식 무쇠솥인 더치오븐을 고를 때는 받침 다리가 없어 가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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