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에는 어떤 이름이, 어떻게 붙는 걸까.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모든 혁명은 필요로 하는 이름을 가질 만한 가치가 있다”며 혁명의 유래를 소개했다. 우선 과거의 혁명은 미국혁명,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이란혁명 식으로 지리적 명칭을 붙이는 예가 많았다.
1989년 체코혁명은 벨벳(velvet)이란 이름이 붙었다. 바츨라프 하벨이 이끈 시위가 벨벳처럼 부드럽게 소련의 종말을 가져왔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동구권 혁명을 통칭해 벨벳혁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86년 필리핀 민주화는 ‘피플파워 86’으로 알려져 있다.
혁명에는 꽃 이름도 많이 붙었다. 최초 사례가 74년 포르투갈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카네이션혁명. 살라자르 40년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청년장교들의 무혈 쿠데타 혁명군에게 시민들이 카네이션을 달아 지지 의사를 표명했던 데서 유래했다. 올해 북아프리카ㆍ중동권 첫 민주화 혁명이었던 튀니지 시위는 국화(國花) 재스민을 따 재스민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2003년 그루지아 시위에선 장미가 상징처럼 떠올라 장미혁명이 됐다. 2005년 키르기스스탄 부정선거 항의시위 초반엔 노랑 분홍 초록 등의 색깔이 시위에 사용됐다. 시위 지도자 중 한 명인 이디르 바이살로프는 당시 WSJ에 “벨벳혁명처럼 실크혁명이라는 이름을 퍼뜨릴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키르기스스탄은 실크로드 중간 길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 키르기스스탄혁명은 그곳에서 기원한 꽃인 튤립을 붙여 튤립혁명으로 정리됐다.
2009년 이란의 부정선거 규탄 시위는 이슬람 상징인 녹색을 붙여 그린혁명이라고 부르나 미완이다. 이집트 민주화 시위는 로제타혁명, 코샤리혁명,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한 혁명으로 불리지만 하나로 정리되진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2004년 처음 시위가 격화했을 땐 밤나무(chestnut)혁명으로 알려졌다. 수도 키에프엔 실제로 밤나무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밤나무혁명은 그다지 혁명을 고무시키는 표현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었다. 결국 이 혁명은 당시 빅토르 유첸코가 이끌었던 야당의 상징색을 따 오렌지혁명으로 정리됐다고 WSJ는 전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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