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캠핑 전문가'인 김산환(43)씨는 지난해 떠났던 미국 캠핑여행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13시간을 달려 찾아간 유타주의 아치스캐년. 침식으로 생긴 기묘한 바위들이 모여있는 명소다. 그곳의 상징인 커다란 반지 모양의 바위에 석양이 비추는 모습을 마주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간 길이다. 투덜대는 아내와 아들을 달래가며 겨우 제 시간을 맞췄고 고대하던 그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반지모양의 바위.
김씨는 "그걸 볼 수 있던 건 인근에 있는 캠핑장 때문이다"고 했다. 숙소가 바로 곁에 있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석양을 기다릴 수 있었다. 국립공원 바깥의 호텔을 이용하는 일반 여행객이라면 해지고 난 뒤 컴컴한 숲 길을 몇 시간 달려가야 하는 부담감에 쉽게 석양까지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국립공원 안쪽에 캠핑장이 조성돼 있다. 캠핑장은 자연의 가장 깊은 품에 있어 그 속에서 벌어지는 진귀한 볼거리를 가장 쉽게 볼 수 있다. 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시간도 해 뜰 때나 해질 무렵이라 캠퍼들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목격하기 훨씬 쉽다.
미국에서 캠핑은 일반화한 여행방식이다. 캠핑장 시설도 빼어나다. 화장실 샤워실 등 모든 걸 완벽히 갖추고 있다. 김씨는 "외국 여행때 가장 골치 아픈 것이 언어인데 캠핑여행은 이런 불편함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고 했다. 특별한 위급상황이 아니면 언어문제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 사실 자연 속에서 사색을 하러 온 캠핑에 말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캠핑은 내가 만나고 싶은 자연 바로 옆에서 잠을 자며 오랫동안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또 캠핑장은 비교적 범죄로부터 안전하다. 혹시 모를 곰만 조심하면 되는 곳이 캠핑장이다.
김씨는 뉴멕시코의 황량한 사막인 화이트샌드에서도 캠핑을 했다. 그 황량한 데도 캠핑장이 있고 관리인이 지키고 있었다. 샤워시설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다 갖춘 건 당연지사. 그는 "캠핑장을 못 잡으면 시가지의 모텔에서 하룻밤을 지냈어야 했는데, 담배냄새 찌든 모텔 방보다는 숲 속의 텐트가 천 배는 낫다"고 했다.
국내 캠핑의 붐을 타고 해외로 캠핑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일본이 주 목적지다. 대마도 캠핑장엔 한국인 캠퍼들이 하도 많이 찾아 캠핑장 안내판에 일본어보다 한국어 설명이 먼저 써있다.
일본 전문 여행사인 여행박사는 지난 가을 일본 캠핑여행 패키지까지 내놓았다. 큐슈의 규카무라 운젠 캠핑장에서의 1박이 포함된 상품이다. 캠핑장엔 텐트부터 조리기구까지 모두 갖춰져 다른 캠핑장비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 여행박사 서규호 팀장은 "일본 캠핑장을 묻는 전화가 많아 이 상품을 고안하게 됐다"고 했다.
일본으로까지 캠핑을 떠나는 건 훨씬 고급스럽고 잘 갖춰진 캠핑 환경 때문이다. 우리처럼 텐트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지도 않고, 화장실 샤워공간 등 편의시설은 물론 주변 자연환경도 뛰어나다. 시설 이용료도 2,000엔 이하로 저렴하다. 운젠 캠핑장처럼 바로 옆에 있는 온천을 활용하는 캠핑장들도 수두룩하다. 일본의 캠핑장만을 돌며 여행한 한 캠핑 전문가는 한달 간 쓴 총 비용이 400만원 정도였다고 했다.
캐나다나 미국 뉴질랜드 등으로의 캠핑여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캐나다 앨버타 관광청 배오미 소장은 "록키 트레킹 여행객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다음 액티비티로 캠핑을 찾는 이들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는 "텐트 캠핑은 이제 시작단계지만 캠핑카로 떠나는 여행에 대한 문의와 수요는 크게 늘었다. 캠핑카를 빌려 떠나는 여행은 굳이 캠핑 장비를 가지고 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기다. 대부분의 캠핑장에는 캠핑카가 머물 수 있는 공간과 시설들을 잘 갖추고 있다"고 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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