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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아웃도어 - '내 몸에 꼭 맞는' 캠핑이 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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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아웃도어 - '내 몸에 꼭 맞는' 캠핑이 더 즐겁다

입력
2011.03.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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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한 건 싫어" vs "적당히 고생해야"

많은 이들이 편안한 집 놔두고 자연에서의 불편한 하룻밤을 지내려 떠난다. 혹한에 눈이 쏟아져도 캠핑을 떠나는 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왜 이렇게 캠핑에 빠져드는 걸까. 누군 친구들과 야영을 떠났던 옛 기억에 대한 향수 때문이라고 했고, 누군 온몸으로 자식과 함께 놀면서 아빠로서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서라고 했고, 누군 별을 보며 나누는 아내와의 대화 때문이라고 했다. 또 어떤 이는 “캠핑은 그저 남자는 불장난하러, 여자는 소꿉장난하러 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캠핑장의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조촐하게 시작했던 캠핑이 점차 사소한 불편들을 해소해 줄 장비들이 속속 등장하자 너도나도 장비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텐트는 거대해졌고 액세서리는 화려해졌다. 다른 한편에선 이런 대형화한 캠핑에 반기를 걸고 작고 조촐한 캠핑만을 고수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저마다 캠핑의 철학은 분명하다. 가족과의 여유로움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는 베짱이형 캠퍼들과, 캠핑은 적당히 고생스러워야 한다는 실속형 캠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베짱이형 캠핑

신영광(45)씨가 캠핑을 시작한 건 3년 전이다. 회사 동료를 따라갔다가 “캠핑이야말로 우리 가족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란 깨우침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많은 캠퍼들이 그러했듯 우선 장비부터 알아봤다. 아이들과 함께 잘 적당한 크기의 텐트 한 동, 밥해먹을 코펠과 스토브(버너), 어두울 때 쓸 랜턴 등이 먼저 떠올랐다. 잠잘 때 쓸 침낭과 매트도 꼭 필요한 물건들이다. 그리고 타프(천막)도 유용할 것 같아 주문했다.

속속 배달돼 온 장비를 들고 캠핑을 갔더니 또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닥에 쪼그려 밥해먹고 있는데 옆 텐트에선 의자와 테이블을 갖춘 우아한 식사를 즐기는 게 아닌가. 다시 ‘지름신’이 강림했다. 의자, 테이블, 랜턴 걸이대와 모닥불을 피울 화롯대까지 갖췄지만 끝이 아니다. 캠핑 동호회 카페엔 매일 등장하는 새로운 장비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졌고, 캠핑장에서 다른 이들이 쓰는 것을 보면 너무 탐났다.

3년이 지난 지금 신씨의 아파트 베란다는 캠핑장비로 차고 넘친다. 텐트만 4종류다. 거대한 거실형텐트도 장만했고, 타프도 사각과 육각 모두 갖췄다. 침낭은 동계용과 나머지 계절용으로 구분해 준비했고, 캠핑장의 낭만을 밝혀줄 랜턴도 가스 전기 휘발유용 등 종류별로 여러 개다. 조리테이블과 식탁, 설거지망 등 오토캠핑에 필요하단 모든 걸 갖추었다. 이들 장비에 들어간 돈은 1,000만원 가까이 된다.

요즘 오토캠핑장에선 신영광씨 같은 ‘베짱이형 캠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캠핑용품이라면 무조건 다 사는 이들이다. 극단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이들의 캠핑자리엔 일단 남들을 압도하는 대형텐트가 서있다. 웬만한 악세사리도 다 갖췄다. 샤워기 휴대용화장실 목탄난로에 공기순환기까지도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집 한 채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장비가 많아지니 이를 실어 나를 차도 바꾸고 싶다. 신씨도 승용차에서 SUV로 바꾸더니 이젠 차에 매달 트레일러를 꿈꾸고 있다.

“장비 자랑하러 캠핑왔냐”는 지적에 신씨는 “아내와 딸들을 위한 공간이다. 내 가족을 위해 최대한 편안하게 준비하는 것”이라고 맞선다.

베짱이형 캠핑의 장점은 일단 규모에서 절대 기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우리 캠핑장 현실에서 남들과의 비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파트는 문이 닫혀있지만 캠핑장은 활짝 열어놓고 모든 살림을 내보이며 지내야 하는 공간이다. 살림비교엔 아내들이 더 민감하다.

두번째 장점은 집처럼 편리한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 남자들이 캠핑을 시작하기 위해 제일 큰 공을 들이는 것은 가족을 설득하는 일이라고 한다. 아내와 아이들의 한뎃잠에 대한 두려움과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세번째는 계절이나 악천후에 상관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모든 대책이 준비됐기 때문이다. 추우면 거실텐트에 난로를 피우면 되고, 햇볕이 좋을 때는 해먹을 치고 여유를 즐긴다.

하지만 베짱이형 캠핑은 단점도 많다. 캠퍼를 편리하게 해주는 장비들이 사실 모두 짐이다. 2박3일 이상이 아니라면 모를까, 1박2일 캠핑은 이삿짐센터 일꾼 처지와 별 다를 바 없다. 장비를 옮기고 설치하고, 도로 싸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신씨의 경우 캠핑을 떠나는 날 아침은 전쟁터다. 새벽부터 일어나 장비들을 챙긴다. 엘리베이터에 한번에 실을 수 없는 양이라 두세번 나눠 옮긴다. 차에 싣는 것도 고역이다. 트렁크의 스페어타이어를 빼내 수납공간으로 쓰는데도 언제나 차고 넘친다. 앞 뒷자석 발밑에도 빼곡하게 짐이 들어찬다. 오전 9시 부랴부랴 집을 출발하면 가까운 캠핑장이라도 오전 11시에야 닿는다. 한참 땀을 쏟아가며 텐트를 치고 이것저것 장비를 설치하다 보니 오후 1시가 넘는다. 얼른 불피우고 점심을 해치운다. 설거지한 후 커피 한 잔을 마셨을 뿐인데 어느덧 날이 어둑해진다. 다시 저녁을 준비해야 한다. 화롯대에 모닥불을 피우고 더치오븐을 걸어 오늘을 위해 준비한 메인요리를 시작한다. 랜턴에 의지해 식사를 마친 뒤, 아이들 잠자리를 돕고 나서야 아내와의 오붓한 시간이 주어진다. 와인잔을 부딪쳐 보지만 아내 얼굴엔 피곤함만 가득해 보인다.

다음날 느지막이 일어나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곤 바로 철수 준비다. 텐트는 치는 것 보다 철수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부피도 부풀어 차에 쑤셔 넣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초보 때보다 많이 숙달됐다. 이젠 제법 차에 빼곡하게 짐 싣는‘테트리스 신공’이 쌓였음을 느낀다. ‘노가다’ 하러 캠핑 왔는가 싶다가도 “골프나 고스톱을 치더라도 팔다리 허리가 쑤신다. 힘들지 않은 취미생활이 어디 있냐”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실속형 캠핑

요즘 백패킹이 새로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텐트를 배낭에 짊어지고 산을 타다가 마땅한 곳에 텐트를 쳐 하룻밤을 보내는 방식이다. 계속 지고 다녀야 하니 장비는 매우 단출하다. 20~30년 전 많은 등산객들이 해왔던 스타일이다. 지리산의 세석, 장터목만 해도 종주산행객들이 쳐놓은 알록달록한 텐트가 큰 마을을 이루었다.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다.

모든 국립공원을 비롯해 산림청이 관리하는 대부분의 산에선 야영과 취사가 금지됐다. 아직도 법이 엄격히 지켜보고 있지만 감시원의 눈을 피해 백패킹을 나서는 이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장비시장에서도 백패커를 위한 경량형 고급 장비들이 출시되고 있다.

캠핑장에서도 백패커의 취향과 비슷한 실속형 캠퍼들이 늘고 있다. 처음부터 단순한 장비만 사용해온 이들도 있고, 몇 년간 오토캠핑의 산전수전을 다 겪은 후 다시 단순캠핑으로 돌아온 복고파들도 있다.

최소한의 장비로 캠핑을 즐기는 이들은 ‘캠핑은 적당히 고생스러워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실속형 캠핑은 그 고생만 감수한다면 많은 장점이 있다. 가장 큰 것은 이동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베짱이형 오토캠핑은 한 번 진을 치고 나면 그곳을 떠날 수 없다.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반면 텐트를 치고 접는데 20~30분이면 충분한 실속형 캠퍼들은 마음 내키는 대로 짐을 싸고 풀며 주변을 여행하고 액티비티를 즐긴다. 베짱이형 처럼 도난의 위험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다.

또 캠핑장의 선택 폭도 넓다. 큰 집터가 필요한 베짱이형 오토캠핑족은 주변의 자연환경 보다는 텐트 칠 자리가 확보되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다. 작은 데크만 갖춰진 자연휴양림이나, 주차장과 거리가 먼 캠핑장 등은 엄두를 못낸다.

대학 산악부 출신인 김범수(42)씨는 실속형을 고수한다. 거실형텐트도 타프도 없는 그의 캠핑장비는 차 뒤트렁크 하나로 충분하다. 아이들과 10년 가까이 오토캠핑을 해온 그는 “요즘 캠핑장을 둘러보면 부엌살림을 통째로 옮겨놓은 텐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럴거면 굳이 밖으로 나올 필요가 있나 싶다. 자연을 마주할 때는 적당히 비울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캠핑장에서 아빠가 아이들에게 보여줄 것은 자연과 어울리는 방법일텐데 그저 돈의 위력만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도 했다.

최근 캠핑장의 새로운 트렌드는 솔로캠핑, 커플캠핑이다. 작은 텐트와 의자 한두 개만 들고 와 조용히 캠핑을 즐긴다. 아이들을 동행한 가족 중심의 캠핑문화가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젊은 연인끼리의 캠핑 여행이 늘어난 것도 한몫 한다.

또 함께 캠핑가던 아이들이 더 이상 따라오지 않으며 생긴 풍속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중학교만 들어가면 아빠와의 여행을 거북스럽게 생각한다. 주말 학원 공부도 포기하기 버겁다. 아이들이 안간다니 아내도 집에 있고, 캠핑에 중독된 남편들만 홀로 떠난다. ‘기러기형 캠퍼’라 부르는 이들은 가지고 있던 많은 장비중에서 간단한 것들만 챙겨 실속형 캠핑을 즐긴다. 혼자 많이 늘어놓고 있는 것도 볼썽 사납다.

배짱이형과 실속형의 조화

배짱이형과 실속형 캠핑의 조화를 추구하는 이들도 있다. 장비가 많은 동료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즉 배짱이에 묻어가면 된다. 여러 팀이 함께 캠핑을 갈 때에 한 팀만 거실형텐트 를 가져와 쳐놓고, 그를 중심으로 작은 텐트를 여럿 준비하는 방식이다. 거실형텐트는 공동 공간이 되고 테이블 화롯대 등도 공유한다. 산악 원정대들이 베이스캠프에 식당기능을 겸한 본부텐트를 크게 하나 쳐놓고 주변에 작은 잠자리용 텐트를 쳐놓는 것과 흡사해 ‘원정대형’이라고도 불린다.

인터넷 캠핑카페를 적극 활용해 주변 캠퍼들과 서로의 장비를 공유하는 방식도 있다. 최소한의 장비만으로도 많은 편의를 얻을 수 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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