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대ㆍ중소기업 상생방안의 하나로 제안한 이익공유제가 재계와 정치권의 뜨거운 논란거리가 됐다. 재계는 "대기업의 이익을 빼앗아 중소기업에 나눠주자는 사회주의적 발상으로, 시장경제 원칙을 도외시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권 수뇌부도 '반시장주의'라는 재계의 비판에 동조하는 분위기이다. 특히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지난달 말 정 위원장의 주장을 "급진좌파적"이라고 공격한 데 이어, 그제는"이익공유제는 현행 법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식의 제도를 채택하는 나라가 없다"고 재차 성토했다.
우리는 동반성장을 위한 고민에서 나왔을 정책적 제안에까지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 위원장이 그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해명했듯이, 이익공유제는 초과이익의 일부를 협력업체의 기술 개발, 고용 안정 등에 투자하는 대기업에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지원 규모는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방안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다음달 중순까지 대기업과 사회단체 대표 등이 참여한 실무위원회에서 구체적 이행 방안을 충분히 논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일부 대기업은 이익공유제와 거의 비슷한 성과공유제를 시행 중이다. 포스코는 2004년 7월부터 협력업체의 기술 개발과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얻은 이익을 협력사와 공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최근 중소기업청과 함께 조성한 300억원의 중소기업 지원펀드는 대ㆍ중소기업 상생의 새로운 롤 모델로 꼽힌다. 홍 의원이 이익공유제의 취지를 제대로 알고 발언했는지 궁금하다. 더구나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기도 전에 본질을 벗어난 색깔론으로 매도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대기업의 사상 최대 이익은 저금리ㆍ고환율이라는 정책적 지원과 중소 협력업체의 희생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한계상황에 내몰린 중소기업들은 초과이익을 나눠 달라는 게 아니라, 적정 이윤과 정당한 몫을 보장해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재계도 이념 공세를 접고 진정한 상생 방안을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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