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찌개는 이제 그만, 맛 좋게 구워먹자
아웃도어를 그냥 나들이나 소풍쯤으로 부르던 때가 있었다. 취사도구라 해 봤자 버너하고 코펠이 다였던. 산에서 계곡에서 뛰놀던 아이들의 배꼽시계가 식사시간을 알릴 즈음이면 엄마표 찌개와 아빠표 고기가 먹음직스런 냄새를 풍겼다. 김치찌개 아님 된장찌개 아님 꽁치찌개에 매번 삼겹살. 딱히 특별할 것 없는 메뉴라도 집 밖에서 먹으면 식욕이 동했다.
아웃도어란 세련된 말에 익숙해지면서 취사도구도 다양해지고 편리해졌다. 집 나와서도 못해먹을 게 없다. 아웃도어 마니아들은 아예 집에서 해먹기 쉽지 않은 요리를 고집한다. 아웃도어요리 전문가 윤은숙씨는 그래서 구이요리를 추천한다. 특히 팬 말고 숯불 쓰는 직화구이 말이다. 올 봄엔 뭘 한번 구워볼까. 삼겹살에 집착하지 말자. 닭날개도 누룽지도 메로도 있다.
정성으로 굽는 떡갈비꼬치와 맥적
닭은 85도 이상에서 익혀 먹는 게 좋은데, 닭다리는 익는데 오래 걸린다. 닭가슴살은 기름기가 없어 퍽퍽하다. 얇으면서 촉촉한 날개가 구이요리에 알맞다. 씻은 닭날개를 비닐봉투에 담고 마트에서 파는 허브솔트나 바비큐용 럽(소금 후추 마늘가루 허브를 섞은 양념)을 뿌려 골고루 묻도록 흔들어준 다음 1시간가량 간이 배게 둔다. 올리브오일을 뿌리고 한번 더 흔들어 섞는다. 석쇠에 올리브오일을 바른 다음 양념한 닭날개를 올려 굽는다.
인원이 많으면 돼지고기 등갈비가 괜찮다. 간장과 맛술 물엿 고춧가루 참기름 마늘 후추로 양념장을 만들어 2, 3일 숙성시킨 다음 작은 병에 담아 가져간다. 여기서 고춧가루 대신 바비큐소스와 고추장 케첩을 섞으면 칼칼한 맛이 덜하다. 핏기 뺀 등갈비를 뼈와 뼈 사이를 잘라 토막 낸 다음 월계수와 마늘 파와 함께 물에 넣고 삶는다. 이때 맥주나 소주를 조금 넣으면 잡냄새가 없어진다. 핏기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삶은 다음 물을 따라내고 양념장을 묻혀 굽는다.
일행 중 어른들이 있다면 손이 좀 가는 떡갈비꼬치로 준비해보자. 돼지고기와 쇠고기 빵가루 계란 설탕 소금 쪽파 마늘가루 양파가루 후추를 한데 넣고 치댄 다음 꼬치에 붙여 구우면 된다. 나무꼬치는 미리 물에 5분 이상 담갔다 쓰면 구울 때 잘 타지 않는다.
구수하고 담백한 맥적도 어른들 메뉴로 추천할 만하다. 물과 된장 국간장 청주 물엿 설탕 참기름 깨소금으로 만든 양념에 채 썬 마늘과 달래(또는 파의 흰 부분)를 넣고 버무린다. 돼지 목살을 이 양념에 무쳐 하루 이상 재워둔 다음 구워낸다.
고기를 직화구이 할 땐 요령이 중요하다. 숯이 타기 시작하면 빨갛게 달궈지다 점점 재가 생긴다. 흰 재가 숯에 덮이면 온도가 약간 떨어져 은은한 불이 된다. 바로 이 시점에 구우면 타지 않고 속까지 잘 익는다. 화력이 너무 세다 싶으면 숯을 고루 펼치거나 양을 줄인다. 화롯대와 그릴 사이 간격을 띄워 고기에 닿는 열기를 줄여주는 방법도 있다. 석쇠부터 충분히 달군 뒤 고기를 올리면 구울 때 잘 달라붙지 않는다.
떡과 밥으로 간단한 팬 구이
아이들이 많거나 여러 식구가 나왔을 땐 모두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만들 수 있는 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센스다. 쇠고기채소꼬치처럼 간단하면서도 여러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메뉴가 안성맞춤. 쇠고기 목살은 불고기양념에 30분 정도 재워둔다. 파와 파프리카 양파 등을 먹기 좋게 썰어 고기와 함께 색깔 별로 꼬치에 꽂은 다음 데리야키 소스나 고추장 소스를 발라 구우면 된다. 고추장 소스는 빻은 마늘과 고추장 물엿 청주 후추 참기름을 섞어 만든다.
아이들 간식으론 식상한 떡볶이 대신 양념떡구이를 추천한다. 빻은 마늘과 고추장 케첩 물엿 매실농축액 맛술 후추를 섞어 양념장을 미리 만들어간다. 기름 둘러 달군 팬에서 떡볶이 떡을 굽는다. 기름이 너무 많으면 떡이 펑 하고 터져 자칫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떡이 노릇해지면 양념장을 넣고 볶은 다음 다진 땅콩이나 파슬리, 김 가루를 뿌려주면 영양만점 아웃도어 간식이 된다.
아웃도어에서 먹고 남은 밥은 참 처치곤란이다. 이걸로 치즈누룽지주먹밥을 만들어 아이들 한끼로 활용하면 일석이조. 밥에 김 가루와 잔멸치 잔새우 참깨 등을 넣고 잘 섞은 뒤 팬에 꼭꼭 눌러가며 펼친다. 그 위에 피자치즈를 고루 뿌리고 약한 불에서 은근히 굽는다. 불이 세면 치즈가 녹기 전에 바닥이 타버리니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앞뒤로 바삭바삭하게 구운 다음 젓가락으로 살짝 떼어보면 피자처럼 치즈가 딸려 올라온다.
아웃도어서 맛보는 메로구이
아웃도어 술안주로 고기가 좀 부담스럽다면 해산물이 제격이다. 요즘엔 수산시장이나 대형마트에 가면 해산물을 아웃도어용으로 소량 포장해주는 서비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쫄깃한 씹는 맛을 좋아한다면 낙지꾸리다. 낙지다리를 잘라 꼬치에 찔러 고정시킨 다음 돌돌 감으면 착 달라붙는다. 낙지를 다리 끝이 끊어지지 않은 걸로 골라야 잘 말아진다. 그대로 석쇠에 얹고 거?익으면 고추장 양념을 발라준다. 양념을 미리 발라 구우면 낙지가 익기 전에 양념이 먼저 탄다. 너무 오래 구우면 질겨지니 양념만 익으면 바로 먹는다. 고추장 양념은 빻은 마늘과 고추장 물엿 청주 후추를 섞어 만든다.
메로로 만드는 초간단 일품요리, 술안주뿐 아니라 밥 반찬으로도 손색이 없다. 메로 하면 비싸다 생각하지만 턱살은 의외로 저렴하다. 요즘 1kg당 1만2,000~1만3,000원 선이다. 달궈진 팬에 메로 턱살을 넣어 굽는다. 한쪽 면이 충분히 익은 뒤 뒤집어야 생선살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양념장은 데리야키 소스와 미림(조미료로 쓰는 일본 술) 매실액기스로 미리 만들어간다. 메로 앞뒷면이 노릇해지면 양념장을 끼얹고 레몬을 짜 넣고 다진 쪽파와 후추를 뿌린다. 숙주도 올려 먹으면 아삭아삭하니 별미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 꼭 해먹어야 맛인가, 샌드위치 신선한 채소 포장만 잘하면 '베리 굿'
나가서 꼭 뭘 해먹으란 법은 없다. 집에서 정성껏 마련한 도시락으로도 얼마든지 멋들어진 아웃도어 식탁 꾸며볼 수 있다. 다만 재료랑 조리도구를 가져갈 때와 달리 도시락은 포장이나 용기 선택에 조금 더 꼼꼼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웃도어 도시락용으로 찬합 형태의 용기는 보기엔 좋지만 자칫 국물이 새어 나오기 쉽다. 부드러운 플라스틱 재질의 용기를 선택하면 짐 무게도 준다. 사각형 용기를 여러 개 포개 넣는 게 가방 속 공간 활용에 도움이 된다. 뚜껑을 공동으로 쓸 수 있는 용기들을 선택하는 것도 센스. 바깥에서 용기마다 다른 뚜껑 찾느라 시간 낭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밀폐가 잘 되는 지퍼 형태의 비닐백 활용도 추천한다.
도시락 단골 메뉴인 김밥이나 초밥은 의외로 상하기 쉽다. 조리할 때 계란과 햄 채소를 완전히 익혀 넣어야 한다. 밥과 반찬은 식힌 뒤 따로 담되, 자동차에서 트렁크처럼 공기가 안 통하고 온도가 높은 곳보다는 뒷좌석이 좋다.
샌드위치는 특히 포장에 신경 써야 한다. 도시락 용기나 일반 비닐봉지에 넣으면 빵 사이 내용물이 쉽게 빠져 나와 모양이 흐트러지기 일쑤다. 요즘엔 아예 샌드위치 한 개에 딱 맞는 크기로 고안된 비닐백이 나와 있다. 지퍼가 달려 있어 밀봉하면 빵이 한결 오랫동안 촉촉하게 유지된다.
먹기 좋게 손질한 과일은 아웃도어에선 신선함이 떨어질 수 있다. 아이스박스에 넣어 가는 게 가장 좋겠지만 사실 무거워 손이 잘 가진 않는다. 이럴 땐 1회용 미니 아이스박스를 직접 만들어보자. 지퍼 달린 비닐백 안에 얼음을 넣은 다음 밀봉해 과일을 넣은 용기 옆에 대서 가져가면 된다. 지퍼가 두 줄 달린 비닐백이면 얼음이 녹은 물이 샐 염려도 없다.
샐러드와 소스를 함께 담아가면 이동하는 동안 채소나 과일에 소스가 스며들어 맛이 변할 수 있다. 따로따로 챙겨가는 게 좋다. 먹기 좋게 썬 채소와 과일은 비닐백에 넣고 소스는 작은 밀폐용기에 담아간다. 아웃도어에서 채소랑 과일을 소스에 찍어 먹거나 아니면 먹기 직전 비닐백 속에 소스를 붓고 흔들어만 줘도 즉석에서 간편하게 샐러드가 완성된다.
아웃도어 음료 하면 콜라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나 맹물이 대부분이다. 사실 다른 음료는 포장이 번거로웠다. 하지만 요즘은 돌려 여닫는 뚜껑이 달린 컵 형태의 밀폐용기도 나왔다. 생과일주스를 담으려면 입구가 넉넉한 걸 골라야 내용물까지 마실 수 있다. 미숫가루처럼 가루와 물을 넣고 흔들어 즉석에서 음료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쉐이커 용기도 아웃도어용으로 쓸만하다.
임소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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