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리비아가 '제2의 소말리아'로 전락,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근거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우리의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리비아가 또 다른 '거대한 소말리아'가 되는 것"이라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가 본 알카에다 요원 다수는 리비아 출신이며 특히 현재 해방된 지역이라 불리는 동부 리비아 출신이었다"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이 리비아를 소말리아와 연계시킨 것에 대해 abc 뉴스는 "오늘 장관이 리비아 사태에서 가장 큰 두려움이 뭔지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이는 리비아 소요사태로 이 지역에 권력 공백이 생길 경우 무정부상태인 소말리아처럼 테러조직이 리비아를 장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과거 소말리아 내전에 개입했다가 사실상 패전했고, 과도정부를 도왔다가 반미 테러 집단을 양산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1991년 1월 소말리아 내전이 발생하자 미국은 이듬해 군대를 투입했지만 반군 세력에 시달리다 막대한 피해를 입은 채 철수했다. 이후 군벌들 간 세력다툼의 소용돌이에 빠진 소말리아는 지금까지 사실상 무정부상태로 변했고, 해적질의 온상이 됐다.
2006년 6월 이슬람법정연대(ICU)가 잠시 전국을 장악했으나 그해 12월 미국의 지원을 받은 과도정부가 이를 무너뜨리면서 소말리아에 대한 미국의 공포는 시작됐다. 이후 미국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갖게 된 ICU의 무장분파인 알샤바브는 잇단 폭탄테러를 자행, 전 세계에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고, 알카에다와의 연합을 선언하는 등 활동무대를 넓혔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축출을 위해 군사개입을 저울질 하는 미국이 즉각적인 개입을 주저하고 있는 것도 소말리아로부터 얻은 쓰라린 교훈 때문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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