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예언: 전자 치매의 시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예언: 전자 치매의 시대

입력
2011.03.03 07:33
0 0

멀지 않은 미래인 2030년의 어느 날이다. 경기도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수도권으로 출근하는 구보씨는 승용차의 시동을 걸다 내비게이션이 고장 난 것을 알았다. 구보씨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운전 경력 20년이 넘는 구보씨지만 처음부터 내비게이션만 보고 운전을 해 왔기에,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차를 몰고 도로에 나갈 수도 없었다. 구보씨는 그 날 결국 출근을 하지 못했다. 이유는? 20년간 출퇴근해 온 회사 가는 길을 몰라서였다. 그런 일은 2030년에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2030년에는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자기가 사는 집도 못 찾아가는 ‘길맹(盲)’들이 속출했다. 길맹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그 이전에 이미 예고되었다. 그 처음이 노래방이었다. 구보씨의 할아버지는 마을에서 유명한 노래꾼이었다. 300여곡이 넘는 노래를 부르던 할아버지는 노래방이 유행하면서 그 노래를 모두 잊어버렸다. 노래방이 아니면 한 곡도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노래맹(盲)’이 되어버렸다. 구보씨의 아버지는 모든 전화번호를 줄줄 외던 사람이었다. 걸어 다니는 114라는 별명이 있었다. 하지만 휴대폰이 유행하면서 자기 집 전화조차 외지 못했다. 구보씨의 아버지도 결국 옛 명성은 사라지고 ‘폰맹(盲)’이 되었다. 하여 22세기에 이르러 21세기를 일러 ‘전자 치매의 세기’로 분류했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