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생 입소식 집단 거부]현수막 펼친 김두섭씨
"지난해 임용된 검사가 139명인데, 법무부가 변호사 자격도 없는 로스쿨생을 단순히 원장 추천으로 50명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2일 사법연수원 입소식 집단 불참 사태를 주도한 42기 연수생 김두섭(30ㆍ사법시험 52회)씨는 예비 법조인 신분임에도 실력 행사에 나선 배경을 이렇게 말했다. 간단히 말해 항간의 소문처럼 법무부가 로스쿨생 입도선매 경쟁에 나서면 기존 사법연수원생의 갈 곳이 좁아진다는 주장이었다.
김씨는 "사법연수원생 대부분은 판ㆍ검사의 꿈을 안고 연수원에 들어온다"면서 "그런데 법무부가 사법고시도 치르지 않은 로스쿨생 가운데 검사를 임용하겠다는 발상은 변호사 자격 보유자 가운데 검사를 임용하도록 한 검찰청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 일원화로 법원이 신규 법관 전원을 경력 법조인 가운데 채용하기 때문에 졸업 후 곧바로 판사가 될 수 없는 상황에서, 법무부까지 실정법을 어기며 만드는 방침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입소식에서 '로스쿨 검사 임용 방안 철회'라고 쓴 현수막을 펼친 2명의 연수생 가운데 한 명이다. '문제아'로 찍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기에 주위의 만류도 많았다고 한다. 김씨는 "연수원 측에서 두 번 압박이 있었고 담당 지도교수님도 말렸는데, 고심 끝에 결심했다"며 "판ㆍ검사를 꿈꾸는 사람이 소신껏 행동하지 못하고 외부 압력에 흔들려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우리(연수원생들)에겐 절박한 상황"이라면서 정당성을 호소했다.
김씨는 법질서 준수에 앞장서야 할 예비 법조인들이 실력 행사부터 하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에 대해선 "당초 42기 연수생 전원이 집단행동을 하려고 했는데 불이익이 커서 개별 불참을 선택하도록 했다"며 "공무원 신분으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문제지만, 로스쿨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검사 임용 방식을 두고 볼 순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동기들이 많아서 힘이 됐다"며 "3일 42기 자치회가 출범하면 앞으로는 자치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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