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유일의 기독교 신자… 종교갈등 고위층 암살 잇따라
파키스탄의 샤바즈 바티(43) 소수종교장관이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주택가에서 수십 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올 초 살만 타시르 펀자브 주지사가 살해당한 데 이어 신성모독법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한 고위층 암살이 이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AFP, AP 등 외신에 따르면 바티 장관은 2일 오전 어머니의 집에서 나서 사무실로 출근하던 중 차 안에서 괴한 3명이 난사한 25발의 총탄을 맞고 병원으로 이송 중 숨졌다. 현지 경찰은 현장에서 신성모독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내용의 편지가 발견됐고 이는 알카에다와 파키스탄 탈레반 세력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바티 장관은 지난해 11월 신성모독법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여성의 석방을 위해 신성모독법 폐지 캠페인을 본격화하는 등 소수민족과 종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앞장서 왔다. 40개 부처 장관 중 유일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이슬람 과격세력으로부터 여러 차례 살해 위협을 받아 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그의 피살에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무장관도 범죄를 비난하며 신성모독법 논란이 폭력으로 비화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신성모독법은 이슬람 종교 및 예언자를 비난하는 행위를 범죄로 간주, 해당인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법률로, 오남용의 위험이 있고 파키스탄 인구의 4%를 차지하는 기독교 인구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타시르 펀자브 주지사도 신성모독법에 반대하다가 경호원이 쏜 총을 맞아 살해됐고 일각에서는 경호원의 행동을 지지하기도 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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