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190억 긴급지원일부 저축은행 채권단 "추가 자구조치 있어야" 여전히 워크아웃 반대
가까스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진흥기업의 회생을 놓고 대주주인 효성그룹과 채권금융기관들이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일단은 효성이 190억원을 긴급 지원, 진흥기업을 부도직전 상태에서 건져 올렸지만 양측의 갈등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이 회사의 생사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소되지 않는 갈등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만기가 돌아온 255억의 상거래채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맞았던 진흥기업은 효성이 뒤늦게 자금지원에 나서면서 최종 부도위기를 넘겼다. 효성은 이날 진흥기업에 190억원을 빌려주며 돌아온 어음을 막았다. 효성측은 "진흥기업의 워크아웃이 개시되는 5월24일까지 한시적으로 연 8.5%금리로 자금을 대여했다"고 설명했다.
최종 부도위기를 넘기면서 진흥기업은 일단 워크아웃 돌입을 위한 큰 걸림돌은 제거된 상태. 하지만 무사히 워크아웃까지 갈 수 있을지, 간다고 해도 살아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일단 채권단은 효성에 대해 대주주로서의 자구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 이에 대해 효성은 채권단이 먼저 진흥기업에 대한 추가자금을 지원해 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채권단에 속해 있는 일부 저축은행들이 효성의 추가지원 없이는 워크아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며 "저축은행을 설득하려면 효성이 만족할 만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폐지돼 채권단 다수의견(75%이상 동의)에 의한 강제 워크아웃 돌입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진흥기업은 현재 채권금융기관 자율에 의한 '사적 워크아웃'을 추진 중인데, 만약 저축은행들이 계속 어음을 돌리면 모든 게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워크아웃 플랜이 마련될 때까지는 진흥기업에 대해 신규로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면서 이 때까지는 어떻게든 효성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효성은 진흥기업에 대한'무한책임'을 질 수는 없다는 입장. 2008년 진흥기업 인수 후 2,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대주주로서 할 책임은 충분히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채권단의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건설업체 평가에서 워크아웃 대상이었던 진흥기업을 B등급으로 판정한 이유는 효성의 자금지원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며 "하지만 진흥기업이 어려워지자 이제 와서 채권단이 책임지라고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기촉법 부활될까
은행권은 이번 진흥기업 사태를 계기로, 작년 말 일몰시한이 만료돼 사라진 기촉법의 부활을 강하게 요구하는 분위기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협조를 강제할 수 없는 지금의 '사적 워크아웃'방식으론 구조조정도, 기업회생도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은 진흥기업 전체 여신(약 1조3,000억원)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70%정도만 워크아웃에 동의했거나 동의 의사를 밝힌 상태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동의하지 않는 저축은행들이 계속 어음을 돌린다면 사적 워크아웃은 중단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만약 기촉법이 있었다면 진흥기업의 워크아웃은 훨씬 용이했을 것"이라며 "만약 이 법이 재입법 되지 않는다면 제2금융권 여신이 많은 한계기업 구조조정은 심각한 장애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촉법 공백기였던 2006년1월~2007년11월 중 6개 대기업에 대해 사적 워크아웃이 진행됐지만 성공한 곳은 팬택과 팬택앤큐리텔 2곳에 불과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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