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효과’가 제대로 힘을 발휘했다. 나탈리 포트만에게 생애 첫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안긴 ‘블랙 스완’(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이 일일 관객 동원 1위에 오르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블랙 스완’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지난달 28일 7만3,769명, 1일 13만5,284명의 관객을 불러모아 ‘아이들’(7만788명, 12만9,730명)을 제치고 이틀 연속 흥행 1위에 올랐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블랙 스완’은 지난 주말(25~27일) 박스오피스에서 26만8,732명을 기록하며 한국영화 ‘아이들’(33만7,169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블랙 스완’의 ‘오스카 효과’는 개봉관 수를 따졌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1일 ‘블랙 스완’의 전국 개봉관 수는 298개로 ‘아이들’(402개)에 비해 한참 처진다. ‘블랙 스완’의 누적 관객 수는 52만2,710명(1일 기준)이다.
완벽을 추구하다 정신분열을 일으키는 발레리나를 다룬 ‘블랙 스완’의 흥행 뒷바람은 오스카 효과와 포트만에 대한 대중들의 호감이 바탕이 됐다. 영화 ‘레옹’의 어린 소녀가 명문 하버드대를 거쳐 대형 배우로 성장한 것과 만삭의 몸으로 시상대에 오른 점이 화제를 뿌리고 있다. 다른 아카데미 수상작은 이미 상영됐거나 개봉하지 않아 ‘블랙 스완’이 나홀로 효과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10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무관에 그친 ‘더 브레이브’는 28일 흥행 13위에서 1일 15위로 내려앉았다.
‘블랙 스완’이 흥행 상승세를 타며 상영관 수도 늘고 있다. 1일 개봉관 수는 전날 275개보다 23개 늘었다. ‘블랙 스완’의 수입배급사 20세기폭스코리아의 이영리 부장은 “좌석점유율이 30%가량 늘었고 영화관객이 중ㆍ장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상영하겠다는 극장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최근 할리우드는 예술 성향이 짙은 영화의 해외 마케팅을 위해 아카데미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해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블랙 스완’과 ‘127시간’ ‘파이터’ ‘더 브레이브’ ‘킹스 스피치’의 해외 개봉일자를 의도적으로 아카데미상 후보작 발표(1월25일) 뒤로 잡았다. 운 좋게도 이들 영화는 모두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남녀조연상을 휩쓴 ‘파이터’는 10일,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받은 ‘킹스 스피치’는 17일 각각 국내 개봉한다. 미국 연예전문주간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2월 아카데미상 특별호를 통해 “아카데미상 여러 부문 후보에 오르거나 상을 받으면 해외에서 많은 수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고 보도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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