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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중동, 중국·베트남,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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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중동, 중국·베트남, 북한

입력
2011.03.0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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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등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지난 달 말 1주일 간격으로 시도됐던 1, 2차 '재스민 집회'가 공안당국의 철통 봉쇄로 무산됐다. 중국판 재스민 혁명을 기대하며 지켜봤던 사람들에겐 적잖은 실망이다. 앞으로 일요일마다 산보 형식의 재스민 집회를 정례화하자고 촉구한 글이 인터넷에 올라와 아직 속단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강력한 공권력이 건재하고 시민사회 발달이 미미한 중국에서 중동 식 민주화 혁명을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또 하나의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 베트남. 세계사적 사건인 중동 발 민주화 바람에 작은 움직임이라도 있을 법한데 아무런 뉴스가 들려오지 않으니 그 이유가 궁금하다. 후진타오 방미 및 미중 정상회담으로 떠들썩 하던 1월 19일, 베트남에서는 세대 교체와 관련한 중대 결정을 한 제 11차 공산당 전당대회가 폐막했다. 권력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과 2위인 국가주석의 후임을 선출하고, 14명의 정치국원 가운데 퇴임하는 서기장과 국가주석을 포함한 6명의 교체 결정이 이뤄졌다.

재스민 미풍지대 중국ㆍ베트남

권력이 분산된 집단지도체제인 데다 이렇게 5년마다 지도부 교체가 이뤄지니 지도부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불만과 반발이 크지 않다. 부패 문제가 심각하나 지도부의 정통성에 대한 시비는 거의 없는 셈이다. 중국도 집단지도체제를 통한 권력 분산과 10년 단위 지도부 교체가 정착단계에 있다. 철권을 휘두르며 종신 집권이나 권력 세습을 꾀하는 중동의 독재국가들과는 다르다.

중국과 베트남은 당이 영도하는 국가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과감한 개혁개방을 통해 눈부신 경제성장을 구가해왔다. 이 역시 장기독재자가 빈곤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 중동국가들과 크게 다른 점이다. 주기적인 권력의 순환, 빈곤문제 해결이 두 나라의 일당독재체제에 정통성을 부여하고, 시민혁명을 통한 대안적인 정치세력의 등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물론 경제성장에 따른 정치참여의 욕구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면 인류사상 일찍이 유례를 찾기 어려운 지독한 독재체제인 북한은? 주기적인 지도부 권력 교체도 없고, 빈곤 문제는 최악이다. 하지만 중동 민주화 바람에도 전혀 흔들릴 기미가 없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북한이 식량난, 구제역, 혹한 등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김정일 정권의 통제력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개인보다 집단을 앞세우는 철저한 집단주의 도그마에 강력한 주민 통제력이 작동하고 있는데, 중동 민주화 소식을 담은 삐라를 날려봐야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국민의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독재체제가 무한히 유지될 수는 없다. 교체되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고, 빈곤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권력은 국민의 저항으로 결국 무너진다. 지금 진행 중인 중동 사태가 잘 보여주는 진리이다. 북한에서 김정은의 3대 권력세습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 해도 빈곤과 억압의 대물림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김정일 위원장이 중동사태를 냉정하게 보고 있다면 3남에게 권력을 무사히 넘겨주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체제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

남북, 중동사태 제대로 읽어야

아무리 핵과 미사일로 보호막을 친다 해도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무의미하고, 결국 파멸을 피할 수 없다. 답은 최소한 중국과 베트남 수준의 변화에 있다. 권력의 분산과 주기적인 세대 교체를 제도화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여기에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반드시 망하는 길보다는 백 번 낫다.

이명박 정부도 선택의 기로에 섰다. 중동의 민주화 이후가 얼마나 앞으로 많은 혼란과 비용을 요구할지 모른다. 압박을 가해서 김정일-김정은 체제를 무너뜨리기가 쉽지 않겠지만 유혈사태가 발생한다면 리비아 사태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희생과 비용은 피해가는 것이 옳다. 남과 북 모두 중동사태에서 제대로 배워야 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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