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진 않니 많이 걱정돼/ 행복하겠지만/ 너를 위해 기도할게/ 기억해 다른 사람 만나도/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중에서)
지난 세기의 끝자락에 20대를 보낸 세대에게 그룹 토이는 공유된 기억과도 같다. 설렘과 낭만으로 가득했던 시절 첫사랑, 그리고 이별의 아픔을 경험한 이들 가운데 ‘여전히 아름다운지’ ‘바램’ 등 토이의 노래에 취해 눈물 흘리지 않은 이가 몇이나 될까. 제각기 마음 줬던 첫사랑은 잊었어도 청춘이어서 더 아팠던 기억만은 그 노래들을 통해 문득문득 재생될 터이다.
그룹 토이가 프로젝트 그룹 프렌즈로 돌아왔다. 토이에 객원 보컬로 참여했던 김연우(1996년 2집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변재원(1997년 3집 ‘바램’), 김형중(2001년 5집 ‘좋은 사람’)이 올 1월 디지털 싱글 ‘I’m your friend’를 내고 콘서트를 이어가고 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난달 서울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나흘간 진행된 공연은 6회 전석(2,700석) 매진됐다. 팬들의 성화에 12~13일 앙코르 공연(서강대 메리홀)을 마련한 세 사람을 만나 토이의 추억, 그리고 프렌즈의 앞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희열이 곡 만들어준다고 해서 1년 반이나 기다렸다니까요.”(김연우)
프로젝트 얘기가 나온 건 2년 전이었다. 서울예술종합학교 실용음악예술학부 교수인 김연우와 뮤지컬 무대에 뛰어든 변재원, 솔로 활동을 계속해온 김형중은 “셋이 공동 작업을 해보면 좋겠다”는 주변의 권유에 의기투합했다. 그런데 곡을 써주겠다던 유희열이 차일피일 미루다 포기하는 바람에 작업이 늦어졌단다. 김연우는 “희열이가 공연을 도와주겠다고도 했는데 그러지 말라고 했다. 아예 유희열과의 거리 두기를 통해 우리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바람을 담아 이번 공연은 댄스 메들리부터 잔잔한 발라드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로 꾸몄다. 김연우는 신곡 ‘I’m your friend’에 대해 “토이 시절의 슬픈 발라드보다는 밝고 긍정적으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나온 곡”이라고 소개했다. 김형중은 “이제 친구들끼리 편안하게 음악을 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며 “팀명 프렌즈도 그런 의미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토이의 객원보컬로 엮였지만 각자 음악의 색깔은 다르다.
김형중은 “과거 테크노 그룹 이오스 시절의 ‘넌 남이야’처럼 신나는 무대가 내게 더 맞는다”고 했다. “원래 무대 공포증이 있어서 그걸 극복하려고 무대를 더욱 힘차게 뛰어다녔는데 토이 시절에는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불러야 해서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2009년 4월 발표한 그의 앨범 ‘폴라로이드’도 밝고 활기찬 노래들로 채워졌다.
반면 김연우는 “저는 될 수 있으면 조용한 무대로 간다”며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게 크게 움직이지 않고, 그래서 가사도 이별에 대한 내용이 많다”고 전했다. 슬픈 감정을 호소력 있게 전하는 그의 서정적인 목소리는 2004년 낸 앨범 ‘연인’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변재원은 이들 사이 중간쯤에서 다리 역할을 한다. 최근까지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의 주인공 태성 역으로 활약한 그는 “무대 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춤과 노래 등을 넘나드는 뮤지컬 무대는 그래서 그에게 더 어울리는 옷처럼 느껴진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이들이 그룹 토이에 합류하게 된 사연이 새삼 궁금해졌다.
김연우는 “1995년에 대학 후배 소개로 유희열을 만났는데 냉면 한 그릇 먹고는 오디션도 없이 데모 테이프를 주더라”고 했다. 김연우가 “내 노래를 듣지도 않고 녹음을 하라고 했던 거 보니 내 외모에 끌려 객원보컬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자, 가수 신해철의 소개로 토이와 인연을 맺은 변재원은 “나는 오디션 보고 들어갔다”고 맞받아 웃음을 자아냈다. 김형중의 사연은 달랐다. “그룹 이오스로 활동할 때 가수 윤상을 정말 좋아해서 그의 곡 ‘소년’을 피처링 해서 불렀어요. 그런데 유희열도 윤상의 열렬한 팬이라 제 목소리를 듣고는 연락을 해왔죠.”
세 사람에게 프렌즈 활동은 남다른 의미가 있지만,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에는 예상 밖이었다고 했다. 김연우는 “한 1,800석 정도 나가면 정말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입석 계단까지 꽉 들어차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김형중은 “저희도 3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인데 아직까지 저희를 잊지 않고 와준 팬들 덕에 정말 힘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재작년 낸 앨범의 반응이 좋지 않아 솔직히 음악을 계속 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는 그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평생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도 했다. 김형중은 새 앨범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아직 향후 활동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팬들과 자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요즘에는 댄스 가수들이 주류여서 TV에선 우리가 설 무대가 없어요. 하지만 우리 음악을 원하는 관객들을 위해 기회가 닿는 대로 공연을 통해 인사 드리겠습니다.” 공연 문의 ㈜쇼플레이 (02)556-5910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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