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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료를 달린다] 삼성서울병원 <7> 세계 첫‘아토피질환 전용 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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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료를 달린다] 삼성서울병원 <7> 세계 첫‘아토피질환 전용 병실’

입력
2011.03.0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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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6ㆍ여)양은 태어나면서부터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고생해야 했다. 김양의 부모는 각종 한약을 비롯해 침, 알로에 젤 등 남들이 효과를 봤다는 이런저런 민간요법을 모두 시도해 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얼마 전부터 갑자기 증세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져, 주위 권유로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알레르기센터를 찾았다. 당시 김양의 아토피성 피부염 증상지수(SCORAD Index)는 71.5점으로, 얼굴과 몸통, 팔다리 등에 진물이 나고 온몸에 긁어서 생긴 찰과상이 있는 중증 아토피성 피부염이었다.

김양은 삼성서울병원이 세계 최초로 설립한 ‘아토피 질환 전용병실’에 입원해 2박 3일간 치료와 교육을 받았다. 그 덕분에 퇴원할 때에는 아토피성 피부염 증상지수가 31.4점으로 떨어지며 증상이 크게 호전됐다. 이후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입원 당시 교육 받은 대로 꾸준히 관리한 결과, 5개월 만에 증상 지수가 0점으로 떨어졌다. 아토피 질환 전용병실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이상일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에게 들어보았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과연 불치병인가.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의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 살배기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는 전체 한 살 인구(44만6,000명)의 26.5%에 해당하는 11만8,000명(국민건강보험공단 2008년 자료)에 이른다. 한 살배기 아기 4명 가운데 1명이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나이가 들면서 환자 수는 크게 줄어든다. 세 살 때에는 11.6%, 7세에는 6.6%, 10세에는 4.6%, 16세에는 2.7%, 20세에는 2%, 30세에는 1%로 떨어진다. ‘아기가 땅을 밟고 말문이 터지면 태열이 좋아진다’는 옛말 그대로다. 사실 1970년대에는 아기에게 아토피성 피부염이 나타나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1980년대를 넘어서면서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난데다가 나이가 들어도 증세가 나아지지 않는 인구가 늘면서 이를 심각한 병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아토피성 피부염이 악화되는 원인은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면서 환자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에게 아토피성 피부염은 고칠 수 있는 질병임에 틀림없다.”

-불치병이 아닌데도 왜 그렇다고 오해하나.

“인스턴트 식품과 대기 및 실내 오염물질 증가 등 주위에 아토피성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크게 늘어나다 보니, 증상이 조금 나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어린이 환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 기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부모들은 불안해지고 빠른 치료를 위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맹목적으로 매달리게 된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한 살 전후로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진다. 검증된 방법으로 잘 관리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은 그 기간을 견디지 못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찾게 되고, 그로 인해 증상이 나빠지면 다시 병원을 찾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하지만 보통 한 살을 넘기면 자연히 증상이 호전된다. 피부 상태와 식품, 실내환경만 잘 관리해도 상태가 많이 좋아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시기에는 민간요법이나 비합리적인 방법을 써도 증상이 나아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모들은 검증되지 않은 방법들로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정상적인 치료를 게을리하는 경우가 많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대부분 저절로 치료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약물을 이용해 적어도 2~3년 정도는 차근차근 치료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지나치게 부각된 약물 부작용을 우려해 사용을 꺼리면 염증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 치료를 하려면 기본적인 관리뿐만 아니라 약물 투여 등 다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아토피 질환 전용병실, 왜 필요한가.

“앞서도 말했듯이, 많은 환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매달리고 정작 반드시 필요한 관리와 치료는 소홀히 한다. 그래서 검증된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과 동시에 식품과 환경 등을 입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병실에서 치료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아토피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물질을 줄인 친환경 병실에서 치료하면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서울병원은 본관 9층 소아청소년진료센터에 전용병실을 마련했다. 전용병실은 아토피성 피부염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물질을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설계했다. 환기시설과 외부 오염물질 차단장치, 친환경 자재 등을 사용해 오염 물질을 최소화했다.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나 보호자는 다른 사람에게 환자의 피부상태를 보여주기 싫어한다는 것을 감안해, 병실도 1인용으로 마련했다. 이렇게 다른 감염 환자와 격리하면 입원할 동안 감염에 노출될 위험도 줄어든다.”

-전용병실에 입원하면 어떤 관리를 받나.

“환자가 입원하면 우선 알레르기 전문의로부터 진료와 치료를 받는다. 보호자와 함께 병의 원인과 경과, 단계적 관리법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상담도 받는다. 그리고 나면 영?전문가가 알레르기 원인식품을 제한할 때 생길 수 있는 영양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체식품, 조리법, 이유식 등을 상담해 준다. 심리 발달 전문가는 장기간 고통 받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의 심리적인 문제를 상담하고,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평가해 준다. 환경 전문가는 환자의 가정에서 실내오염 정도를 측정해 주거환경을 어떻게 개선할지 알려준다.”

-어떤 환자가 전용병실에서 치료받아야 하나.

“어린이 알레르기 호흡기 전문의에게 진료와 치료를 받아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환자 가운데 중증인 경우 전용병실에 입원할 수 있다. 다만 가정의 환경이 어느 정도 오염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가정 환경 오염도를 측정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 환경 전문가가 집을 방문해 아토피성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요인(실내공기 오염원)을 찾아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실내오염 물질이 발견되면 이를 확인하는 검사를 하게 된다. 검사 결과는 주거 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가정 환경 측정 비용과 병실 요금은 난치병 후원금과 연구기금에서 보조해 준다. 대부분 2박 3일 동안 짧게 입원해 치료를 받아도 상태가 상당히 호전돼 퇴원한다. 이후에 정기적으로 치료와 관리를 받으면서 환경 전문가의 지시대로 집안 환경을 개선하면 완치에 가까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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