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본다면 이미 지역정서의 볼모가 되어 버린 신공항 문제는 일단 덮어두는 게 최선일 수 도 있다. 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신공항 부지선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늦어질수록 비용과 후유증만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무엇보다 신공항 건설을 늦출 수 없는 이유는 영남권 공항의 기존 시설이 몇 년 후부터 차례로 포화현상을 겪게 되는 점. 2018년 대구공항 계류장과 사천공항 터미널을 시작으로, 2020년 김해ㆍ울산공항의 터미널, 2024년에는 김해공항 활주로의 수요가 시설 용량을 넘어설 전망이다. 어느 곳에서든 시설을 늘리는 게 시급하다는 얘기인데, 인천공항 건설 당시 부지 확정에서 개항까지 11년, 타당성 검토를 포함하면 15년이 걸렸다는 점을 돌이켜 봐도 차일피일 부지선정을 연기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셈이다.
일단 대구ㆍ경북과 부산ㆍ울산ㆍ경남을 포함한 동남권 전체의 국제선 여객수요는 충분하다. 승객이 없어 개점휴업이 되어버린 양양ㆍ무안공항과는 다를 것이란 얘기다. 지난해 말 기준 영남지방의 인구는 1,316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6%를 넘지만, 대부분 국제선 노선이 인천공항에 집중돼 있어 영남권에서도 주로 인천공항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국토연구원 1단계 용역 결과에 따르면 동남권의 국제선 여객수요는 2020년 836만명, 2025년 1,025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지역경제에 직ㆍ간접적으로 미치는 효과도 있다. 김홍배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시 연간 ▦988억~1,655억원의 무역량 증가 ▦2만 2,000~3만1,000여명의 외국인 관광객 증가 ▦1만 7,000여명의 공항 고용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신공항 부지선정을 미루자는 쪽이 내세우는 근거는 밀양이든 가덕도든 비용 대비 편익비율(B/C)이 낮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 국토연구원의 2차용역 결과에서 가덕도의 B/C는 0.7, 밀양은 0.73으로 나타났다. 100원을 투입해 70원 남짓 효용을 얻을 수 있다는 뜻. 보통 B/C가 최소 0.8은 되어야 사업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에 비춰, 현재로선 사업필요성이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급증하는 중국 관광객의 환승 수요를 끌어들일 경우 양쪽의 B/C가 모두 1.0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서울대 경제연구소)도 있어, 단순히 B/C를 보고 사업성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봉현 전남대 교수(지역개발학)는 "경부고속철도 등 사례에서 볼 때 사회간접자본(SOC)이 제때 착공되지 않으면 천문학적 추가 비용이 들고 투자 효율은 떨어지게 된다"며 "어디가 됐든 경제성과 효율성을 잣대로 삼아 동남권 신공항의 부지를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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