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라이벌 삼성과 LG의 2차전지 주도권 경쟁이 뜨거워 지고 있다. 지난해 2차전지 시장 '세계 1위'(매출액 기준)에 오른 삼성SDI와 올해 본격 양산을 시작하는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를 앞세워 주도권을 뺏으려는'세계 3위' LG화학이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TV, 스마트폰 등 주력 제품에서 잇따라 삼성에 밀렸던 LG로서는 2차전지 만큼은 반드시 역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 모두 2차전지 시장에서 파죽지세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액 2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2,700억원을 달성해 12%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LG화학도 매출액 1조6,000억원에 1,7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10.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일본의 경쟁사 산요와 소니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4.2%, 2%에 불과했다. 솔라앤에너지 관계자는 "삼성SDI와 LG화학이 설비가동률이나 인건비 등 여러 면에서 일본 회사들 보다 앞서있다"며 "국내 두 회사가 중소형은 물론 스마트그리드 등 에너지저장장치(ESS)용 2차전지 등 여러 분야에서 일본 경쟁사를 압박하며 시장 점유율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3위 LG는 느긋한 반면, 1위 삼성은 맘이 바쁘다. 1996년 리튬이온 2차전지 개발을 시작한 LG화학은 "15년 고생의 결실을 맺을 때가 왔다"며 자신감에 넘쳐 있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형 쏘나타,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볼트(VOLT)용 리튬이온 2차전지를 본격 양산, 공급하는 동시에 포드 등에도 올해 공급을 시작한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이를 통해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며 독주를 예상하고 있다.
김반석 부회장은 지난해 "2015년 총 30조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는데 이중 2차전지는 8조원을 올릴 것"이라며 "특히 전기차 등 중대형 2차전지에서만 3조원 매출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초 2013년 1조원, 2015년 2조원 매출을 예상했던 LG화학이지만 GM, 볼보, 포드, 르노, 장안기차 등 세계적으로 10여개 업체에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목표치를 1조원 가까이 올렸다.
삼성SDI는 과거 회사의 주춧돌 역할을 했던 브라운관, PDP를 대신해 회사를 이끌다시피 하는 2차전지의 매출 성장세가 아직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고민이다.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삼성SDI 전체 매출 중 2차전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9년 40.7%, 2010년 44.4% 올해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판매량이 해마다 20~40%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지만, 매출액은 5~12%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게 솔라앤에너지의 분석이다.
더구나 전기차용 2차전지의 경우, 지난해 독일 보쉬사와 손잡고 세운 합작법인 SB리모티브를 통해 BMW, 크라이슬러와 공급 계약을 맺긴 했지만 여전히 LG화학 등 경쟁사에 비해 3년 이상 뒤처져 있다는 점이 속을 태우게 하고 있다. 물론 이익도 절반으로 나눠 가져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강점을 보이고 있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용 중소형 2차전지 분야를 강화하는 동시에 SB리모티브를 통해 전기차용 2차전지에서도 10년 후 1위 자리를 차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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