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들었다고 하면 흔히 시퍼런 상처와 달걀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멍은 무엇인가에 맞지 않아도 감기나 편도선염 등으로 생길 수 있다. 특히 간이나 혈소판 기능이 약해지면 멍이 잘 생기므로 이유 없이 멍이 잘 나타난다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구대원 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평소 사소한 충돌에도 멍이 잘 드는 사람은 다른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간경변과 함께 백혈병, 특발성 혈소판감소증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에 따라 원인ㆍ모양 달라
멍은 혈관 안에 있어야 할 적혈구가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혈관 밖으로 나온 상태를 말한다. 멍이라고 하면 시퍼런 색깔의 멍만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적혈구가 혈관 밖으로 나온 것이어서 처음에는 선홍색 반점 형태를 띤다.
혈관 밖으로 나온 적혈구는 피부조직 안에서 점차 파괴되면서 상처 부위가 파란색, 보라색, 갈색 등으로 변한다. 상처 부위가 보라색을 지나 갈색으로 변할 때쯤이면 적혈구 파괴과정이 끝나는 단계로 이때는 아프지 않다.
멍이 생기는 원인으로는 타박상에 따른 것이 가장 많지만 다른 원인도 있다. 나이에 따라 멍이 생기는 원인과 모양이 다른데, 젊은 사람은 감기나 편도선염을 앓은 후 생기기도 한다. 이때는 크기가 3㎜ 이하로 작은 출혈이 주로 다리에 집중적으로 생긴다. 감기 바이러스나 균의 일종인 연쇄상 구균이 체내에 침입하면 면역 과민반응을 일으켜 혈관벽을 파괴하고, 이로 인해 혈관벽이 깨져 안에 있던 적혈구가 피부조직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멍이 되는 것이다.
간 기능 저하로도 생겨
유난히 사소한 자극에도 멍이 잘 든다면 다른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혈소판 수가 감소하거나 그 숫자는 정상이지만 기능이 나빠지면 멍이 들 수 있다. 혈소판은 우리 몸에서 혈액 응고나 지혈작용을 담당하는 데 숫자가 줄어들거나 기능이 떨어지면 사소한 자극에도 멍이 잘 들게 된다. 이때 생기는 질환이 백혈병과 특발성 혈소판감소증 등이다. 또한 간 기능이 크게 저하된 환자에게서도 멍이 잘 생긴다.
급성 간염처럼 일시적으로 간 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는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간경변처럼 간이 많이 손상된 만성 간 질환자에게서 쉽게 관찰된다. 만성 간 질환자에게 멍이 나타나는 것은 우리 몸의 지혈작용을 혈소판에서 주로 담당하지만 간에서 생산되는 응고인자도 지혈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만약 간 기능이 심하게 떨어지면 간에서 합성되는 응고인자가 만들어지지 못해 결국 출혈로 이어져 멍이 발생하는 것이다.
멍 들면 즉시 냉찜질을 해야
멍은 혈소판이 혈관 밖으로 나올 때 생기므로 멍이 들면 즉시 냉찜질해 혈액이 피부조직으로 빠져 나오는 것을 막아 멍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며칠이 지난 멍을 치료할 때는 뭉친 혈액이 퍼지도록 온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팔이나 다리에 멍이 들었다면 심장보다 높은 위치로 올려 멍든 부위로 피가 몰리는 것을 막고, 아연이 풍부한 육류나 조개류 등을 먹으면 혈관에서 혈액이 빠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널리 사용되고 있는, 멍든 부위를 날달걀로 문지르는 치료법은 혈액순환을 촉진해 응고된 피를 사라지게 하므로 좋은 방법이다. 이 밖에 생 감자를 갈아 찜질을 하면 감자의 '솔라닌' 성분이 멍든 부위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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