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전이되거나 재발한 환자들만 치료하는 병원을 열었지만 진료할수록 손해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걱정부터 앞섭니다." 최근 인천성모병원은 암이 전이되거나 재발한 환자를 전문 치료하는 '가톨릭전이재발암병원'을 개원했다. 전이·재발암 환자는 치료율도 낮고 의료수가도 적은 탓에 병원들이 별 관심을 갖지 않아 이들을 위한 전문 의료기관은 당연히 국내 처음이다. 가톨릭 이념을 실천하기 위한 천주교 인천대교구의 뜻이 반영돼 마침내 개원한 것이다.
이 병원을 이끄는 최일봉(58·사진)원장은 "전이·재발암은 치료 가능성이 낮지만 치료 효과를 보는 경우가 분명히 있고 이들 환자들의 삶도 소중하다"며 "단순한 육체적 치료가 아니라 암 환자의 영양적 측면과 심리적 측면까지 고려한 맞춤치료, 회복력 증진치료를 포함한 모든 치료법을 쓰겠다"고 강조했다.
58병상의 입원병동을 마련한 이 병원은 방사선수술학과와 혈액종양내과, 스트레스클리닉, 통합의학과, 최소침습시술과, 한의학과, 진료팀 등으로 구성한 협진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 원장은 "수치료는 무료로 제공하고 침이나 뜸도 환자 부담이 1,000원 정도로 가벼운 편"이라며 "환자 상태에 따라 입원하지 않고 낮에 치료를 받고 저녁에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데이케어 클리닉(Daycare Clinic)'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칼을 사용하지 않고 암세포만 집중적으로 쪼여 녹이는 노발리스 방사선 수술로 암 환자의 통증관리와 종양절제 등을 통해 삶의 질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노발리스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1회 환자부담금은 50만원 선이다. 기존 사이버 나이프 방사선 수술 장비는 비급여 장비라 환자들이 한 번의 치료에 1,000만~2,000만원을 부담해야 했다.
최 원장은 "전이·재발암 환자에게 더 이상 의학적인 치료가 소용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 국내 최대 규모인 호스피스센터(30병상)도 마련했다"며 "제도권 의료로부터 소외된 채 고통스럽게 죽음만 기다리는 암환자들에게 우리 병원이 작은 등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1979년 휴대용 인슐린펌프를 개발해 당뇨병 치료에 앞장서고 있는 최수봉 건국대병원 내과 교수(당뇨병센터 소장)는 최 원장의 친형으로 이들 형제가 의료계에서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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