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국민은 정말 카다피를 사랑하는 걸까."
곧 끝날 것 같던 리비아 사태가 사실상 장기화의 길로 접어들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 원수가 이처럼 버틸 수 있는 배경이 무엇인 지가 관심이다. 서로 다른 부족간의 갈등 양상, 친위대와 시위대의 군사력의 차이 등을 감안하면 카다피가 결코 호락호락 물러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리비아 내전의 실체를 온전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역사책을 들춰봐야 한다. 현재 반정부 시위대의 근거지가 되고 있는 리비아 동부는 역사적으로도 카다피를 반대했던 부족들이 주로 거주하던 지역이다. 리비아는 원래 1912년 서부의 트리폴리타니아와 동부의 키레나이카가 합쳐져 출발한 나라다.
특히 69년 서부 카다파족 출신의 카다피가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 리비아의 왕은 동부 키레나이카 지역 부족 출신이었다. 이 때문에 카다피는 평소에도 동부지역 부족들에 대해서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권력 핵심에서도 배제시켜 왔다. 이번 반정부 시위대가 먼저 동부에서 득세할 수 있었던 연유다. 반면 쿠데타 후 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해온 서부 부족들은 여전히 카다피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상황이다. 카다파족은 물론 마가드마족, 페잔족은 정말 카다피를 '사랑'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다피는 동부 부족들이 언제 반기를 들지 모른다고 보고, 이 지역에 대해선 주요 군사시설을 배치하지 않았다.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했다고 알려진 동부 도시 무기고에는 구식 무기 밖엔 없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더군다나 이곳에서 출발, 서부의 수도 트리폴리까지 진군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작전이다. 카다피가 공군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막이나 다름없는 곳을 지난다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카다피를 지지하는 부족들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선 격렬한 전투도 감수해야 한다. 한 중동 전문가는 "카다피는 동부 지역 군사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무기를 지급하지도 않았고, 훈련도 안 시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카다피의 가장 큰 배경은 막강 군사력과 풍부한 재력이라 할 수 있다. 육군만 4만5,000여명으로 추정되는 정규군 중 일부가 이탈했다 해도 상당수는 여전히 그의 통제하에 있다. 특히 공군 조종사의 경우 주로 충성도가 높은 카다파족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막내 아들 카미스에 의해 통제되는 32여단은 그 규모조차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42년간의 오일머니로 축적된 그의 재력은 망설이는 부족이나 용병들을 언제든지 용맹스런 친위대로 바꿔놓을 수도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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