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작고하신 윤태림 총장(1908~91)을 뵈었다. 어떤 회의를 마쳤는데 선생께서 내게 반갑게 악수를 청하며 어깨를 두드려주시고, 동석한 동문선배 K교수에겐 몇몇 분들에게 안부를 전해 달라고 하셨다. 꿈을 깨니 새벽 4시다. 꿈은 꿈인가보다. 나는 머리에 서리가 내린 칠순의 윤 총장을 기억할 뿐인데 꿈속의 선생께선 검은 머리의 중년이었다. 나와의 인연이라면 총장과 수많은 학생 중의 한 사람일 뿐인데 왜 대학생시절의 그 총장께서 내 꿈에 찾아오셨을까? 나는 입학식에서 윤 총장께 입학 선서를 했고 졸업식에서 윤 총장 이름의 문학사를 받았다. 학보사 학생기자로 총장 주최의 회식에 한 번 참가했고, 이런 저런 일로 총장께 상과 벌을 동시에 받았지만 단 한 번도 개인적인 만남은 없었다. 윤태림 선생은 문교부 차관과 숙명여대 총장을 지내고 우리 대학 총장으로 오셨는데, 젊은 시절 검사를 지낸 법학자 출신답게 고희의 연세에도 눈매가 날카로운 지성이었다.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엄격함이 선생에게 있었다. 졸업을 하고 나서 어느 책에서 선생의 좌우명이 동정심을 가져라, 검소해라, 너무 앞장 서지 마라는 것을 읽었다. 오늘부터 새 학기 강의가 시작된다. 아마 선생께서 그런 자세로 살아가길 권하며 내 꿈으로 찾아오셨을 것이다. 좋은 꿈에 좋은 해몽을 하며 출발을 준비한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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