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김영삼이 있는 건 제 아내 손명순의 한결같은 사랑 덕택이었다는 걸 고백합니다."
김영삼(83) 전 대통령과 동갑내기 부인 손명순 여사가 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회혼식(回婚式)을 가졌다. 60년 전인 1951년 3월6일 김영삼 당시 장택상 국회부의장 비서는 이화여대 약대 3학년이던 손 여사와 결혼했다. 김 전 대통령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좋아서, 이뻐서 살았지"라고 말했다. 손 여사도 "좋으니깐 살았어요"라고 말한 뒤 기자들이 재차 '어떤 점이 좋았어요'라고 묻자 "(말) 안 할랍니다"라며 웃었다.
김 전 대통령의 '사랑가'는 인사말에서 계속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은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두 가지 잘한 일이 있다"면서 "하나는 이 땅에 민주화를 이룬 것이고 다른 하나는 60년 전 손명순 여사를 제 아내로 맞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크라테스는 양처를 가지면 행복자가 되고 악처를 가지면 철학자가 된다고 했는데 저는 양처를 가졌기 때문에 행복자가 됐다"고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꼭 제 아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그 동안 참으로 고마웠소' '사랑하오' 이 두 마디뿐이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사회자의 권유로 입맞춤을 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회혼식에서 손 여사에 대해 "화를 잘 내는 저에게 늘 져 준 아내"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고무신 공장 사장의 딸인 손 여사와 맞선을 본 지 한달 만에 경남 마산 문창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김 전 대통령은 회혼식에서 상영된 동영상에서 첫 만남에 대해 "이광수의 '사랑'과 톨스토이의 소설을 읽었다고 해서 마음이 쏠렸다"며 "'명순아 고맙다' 이 말밖에 없데이"라며 웃었다. 손 여사는 "눈웃음 치는 게 가장 마음에 들더라"고 화답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갈수록 경박해지는 가족 문화를 생각할 때 그 어려운 시절을 함께 지내온 김 전 대통령 내외는 우리가 배워야 할 교과서"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수한ㆍ박관용 전 국회의장,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최형우 전 의원 등 상도동계 인사들과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 등 110여명이 참석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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