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과도한 정치 개입 문제를 지적한 한국일보 기사(4일자 1, 3면)를 두고 4일 인터넷이 폭발했다. 종교계의 자성을 촉구하는 비판이 쇄도하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무려 1,800여개의 댓글이 올라 최다 댓글 뉴스로 뽑혔다. '네이트'에도 1,000개 넘는 댓글이 오르는 등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사회를 맡은 목사의 요청으로 무릎을 꿇고 기도한 것을 놓고도 뜨거운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종교의 과도한 정치개입에 대해서는 대다수 네티즌이 "종교가 정치의 영역까지 넘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인터넷 다음에서 아이디 '쾌남'을 사용한 네티즌은 "종교단체들이 특별한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모든 종교단체들은 정치에 개입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기독교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다음에 '리콘'이라는 아이디로 글을 올린 네티즌은 "나도 종교인이지만 종교인들이 너무 한다. 종교는 본래 자기성찰을 통해 허망한 인생의 답을 찾고자 하는 것인데, 하나의 권력으로 군림하려 한다. 다수 종교가 최고의 권력을 갖고 실력 행사를 한다"고 개탄하며 "정치적인 종교지도자들은 종교계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의 종교 편향이 문제"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김세경'씨는 네이트에 "대선 때부터 개신교도들이 주는 지지만 받고 반(反)불교 정책을 펼쳐 온 이 대통령이 끝내 불교, 천주교와 척을 졌고 이제는 개신교의 이권과 반대되는 국가정책 때문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 대통령의 '무릎 기도'에 대해서는 "종교적 중립성을 벗어난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i닷컴에 댓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우리나라는 국교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국가의 수장은 자신의 종교적 성향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드러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도 "군사독재 시절 일부 종교인이 용비어천가를 부르려고 만든 기도회가 이제는 권력 위에 군림하는 절대권력이 됐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논란에 가세했다. 하지만 보수 개신교를 대변해 온 한국교회언론회는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것은 사회자의 인도에 따른 것으로 특별한 것도 아니다"는 논평을 냈다.
이 대통령의 기도에 대한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향후 대통령 참석 행사의 세부계획을 정교화하는 등 나름의 대책을 마련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릎 기도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는 공식적 언급을 자제했으나 비판 여론이 많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현안에 대한 종교계의 입장 표명을 두고 여러 의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우리도 고민하고 있다"며 "청와대는 정치와 종교 분리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독자는 민감한 종교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한 본보에 격려성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김kim'이라고 소개한 독자는 "막강한 종교권력을 비판하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시대"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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