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고전 불구 잇단 매진… 올 8월 다시 막 올려
누나부대가 '빌리 엘리어트'를 살렸다.
1일 기획제작사 매지스텔라에 따르면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지난해 8월~지난달 27일 공연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8월 중순께 대구 계명대 아트센터에서 다시 막을 올린다. 계명대 아트센터는 1,900석 규모로 초연을 한 LG아트센터(1,060석)보다 규모가 크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2000)의 연출가 스티븐 달드리가 연출하고 엘튼 존이 음악을 맡아 2005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이 뮤지컬은 완성도와 연출력에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지난달 27일 공연에서 2009년 2월 오디션을 시작해 1년 6개월 이상 연습을 반복한 탭댄스 신동 정진호(12) 등 빌리 엘리어트 5명의 신기 어린 발레 동작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은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1980년대 영국 탄광촌에서 발레리노를 꿈꾸는 한 소년이 왕립발레단 무용수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스토리는 발레리노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아버지와의 엘리어트의 대립을 통해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의한 사회적 억압과 신세대와의 갈등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엘리어트가 여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모습에 객석 곳곳의 관객은 눈물을 쏟았다.
'빌리 엘리어트'의 초반 고전은 특정 세대ㆍ계층에 쏠린 한국 공연계 저변의 부박함을 보여 준다. 20, 30대 여성 관객이 절대다수인 한국 공연계에서 스타 캐스팅이 아닌 이 공연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8월 13일 국내 개막 이후 여름 방학이 끝난 9~11월 객석점유율은 60% 내외에 그쳤다.
하지만 이 공연을 다시 살린 것도 역설적이게도 누나부대다. 엘리어트 5명의 연기력과 작품의 완성도가 입소문을 타면서 반전이 시작된 것이다. 12월 이후 마지막 공연까지 전석매진 사례가 이어졌고 지난달 7일 인터파크에서 열린 마지막 공연예매는 7분 만에 마감됐다.
지난달 27일 객석의 대부분을 차지한 20, 30대 여성 관객은 갈라쇼 10분 내내 기립박수를 보냈고 돌아가신 엄마를 회상하는 빌리의 모습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공연 직후 LG아트센터 로비는 정진호 등 5명의 빌리 엘리어트가 갈라쇼를 마치고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500여명의 젊은 여성이 모성애 가득한 눈빛으로 메우고 있었다. 표를 구하지 못한 200여명의 여성 관객은 로비의 모니터를 통해 변성기가 오면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한국 1대 엘리어트의 마지막 공연을 지켜봤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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