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망명을 언급해 그의 망명이 해법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카다피의 망명이 한 옵션"이라며 "이는 카다피의 즉각 퇴진이라는 미국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망명이 리비아 사태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해 리비아 사태의 출구전략으로 '카다피 망명'카드를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미 행정부가 무사 쿠사 리비아 외무장관을 비롯한 카다피 정권의 핵심인사들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다피의 해외망명은 앞서 반정부군도 대안으로 제시했었다. 반정부세력 대변인은 27일 "유럽국가가 카다피와 일가에 망명처를 제공하는 것이 카다피 축출의 방법일 수 있다"고 한 뒤 "그는 수십억달러의 재산도 갖고 나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카다피가 망명한다면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베네수엘라나 친분이 두터운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30년 동안 철권 통치하는 짐바브웨가 망명지로 거론된다. 미 abc 방송은 영국의 리비아 전문가를 인용, "금괴와 현찰로 가득 채운 개인 전용기를 통해 카다피가 짐바브웨로의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다피가 망명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에 대한 학살극을 자행한 범죄자에게 피난처를 제공한다는 국제사회의 부정적 여론 때문에 도피처를 제공할 국가가 많지 않고, 무엇보다 카다피 자신이 차라리 죽음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다피가 해외로 나갈 경우 자신에 대한 보호막은 사라지고, 전범혐의 등으로 국제형사재판소의 단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abc 방송과의 회견에서도 카다피는 "절대 리비아를 떠나지 않겠다. 나는 대통령이나 왕이 아니기 때문에 사임할 이유가 없다. 모든 국민은 나를 사랑한다"는 등 여전히 궤변을 늘어놓으며 퇴진거부 입장을 밝혔다.
망명 없이 수도 트리폴리가 함락될 경우엔 처형 또는 국제법정에의 피소, 자살 등이 최후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현재 카다피의 부인과 딸, 두 아들의 부인과 자녀 등 일가 14명은 26일부터 오스트리아 빈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다고 아랍권의 한 통신사가 보도하기도 했다. 권력 요직에 있던 카다피의 사촌은 이집트로 망명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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