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징계위원회가 상습적으로 제자를 폭행하고, 금품 수수에 수업일수 조작까지 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인혜 음대 교수를 고심 끝에 파면하기로 결정한 것은 당연한 선택으로 보인다. 제자들이 폭로한 그의 행적을 보면 충격적이다. 인격모욕은 예사이고, 걸핏하면 구타에 음악회 입장권 강매, 수업부실 등 그의 행동은 교수로서의 양식과 책임과 거리가 멀다.
김 교수는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음악계의 엄격한 도제식 교육에 대한 이해 부족과 오해라고 항변하지만 그의 밑에서 배운 제자교수들까지 이 주장을 반박하는 것을 보면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서울대 징계위원회도 피해 학생들의 주장이 일관성이 있고 신빙성이 높다는 판단을 한 이상 그는 국가공무원법 상의 직권 남용과 직무 태만, 청렴의무를 위반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사건은 교수사회 전반에 만연한 지위 남용과 부도덕, 비상식과 비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사실 밖으로 불거지지 않아 그렇지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김 교수와 비슷한 사례는 어느 대학에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학생들로서는 웬만한 용기가 아니면 이런 일들을 고발하지 못한다. 도제식 교육을 내세우는 음대나 미대 같은 예술 분야만이 아니다. 교수가 학생들의 장래를 담보로 군주처럼 학생들 위에 군림하면서 비교육적 횡포를 일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른 대학에서도 졸업생들의 유사한 증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스승에 대한 존경은 잘못된 권위나 강요에서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사랑과 양심과 사명감으로 제자들을 가르치고, 학문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김 교수와 같은 시대착오적 악습을 버리지 않은 교수가 여전히 있는 한 전체 교수사회에 대한 믿음이나 존경은 사라지고 만다. 누구보다 교수들이 먼저 김 교수 파면이 울린 경종을 거울 삼아 내부성찰을 통해 비뚤어진 사제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대학과 교육당국도 더 이상 교수들의 전횡과 비리로 학생들이 상처 받고 절망하게 않도록 제도적 장치와 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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